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뱅크시' 소더비 경매장서 15억원 자기 그림 셀프 파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얼굴 없는 화가, 거리의 예술가,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 등 '뱅크시'는 수많은 수식어로 불린다. 뱅크시는 스스로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칭한다. 그의 작품은 사회에 큰 파급을 불러왔다.

뱅크시가 유명해지면서, 뱅크시의 그림이 남아 있는 벽이 도난당한 일도 발생할 정도다.

최근엔 낙찰된 자신의 그림을 파쇄해버린 일이 발생했다.
아주경제

파쇄된 뱅크시 그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 뱅크시의 그림이 올라왔다. 2006년에 그려진 '풍선과 소녀'그림 이었다. 두 명의 전화 입찰자가 경쟁했고 애초 예상 낙찰가를 훌쩍 넘은 140만 파운드(약 15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중개인이 낙찰봉을 때리며 작품 낙찰을 알렸다.

그러자 그림은 파쇄됐다. 액자에 있던 파쇄 장치가 작동한 것이다. 파쇄 장치는 그림 속 여성을 조각내서야 멈췄다. 액자 속에는 붉은 풍선이 담긴 부분만 남은 채 액자에 걸렸다.

경매장에 있던 사람은 어리둥절했다. 의문은 하루가 지나서 풀렸다.

<뱅크시가 공개한 영상>

뱅크시가 액자 안에 파쇄기를 설치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15억원 짜리 그림을 파쇄한 범인은 그림의 주인 '뱅크시'였다.

뱅크시는 "몇 년 전 그림이 경매에 부쳐질 경우를 대비해 액자 안에 몰래 패쇄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카소의 말이라며 '파괴하려는 충동은 곧 창조의 충동'이라는 말도 인용했다. 하지만, 이 문구는 러시아 아나키스트 혁명가이자 철학자인 미하일 바쿠닌의 말이다. 종종 피카소가 말했다고 잘못 인용되기도 한다.
아주경제

벽에 그려진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뱅크시는 과거 대영박물관에 카트를 미는 원시인을 그린 벽돌 조각을 몰래 전시했다. 사람들은 한동안 뱅크시의 작품을 유적으로 알고 감상했다. 그는 기성 체제의 권위에 도발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역설적으로 뱅크시가 권위에 도전한 작품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뱅크시 그림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영국을 찾는 여행객까지 등장했다.

파쇄된 그림은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 같다.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경매를 진행한 소더비 측이 파쇄기 설치 사실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파쇄 장치가 내장된 액자가 두꺼웠고 작은 작품임에도 벽에 붙어 경매를 진행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애당초 이 그림의 낙찰가도 약 30만 파운드 선이었다. '풍선과 소녀'의 낙찰자는 해당 그림을 구매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품이 파쇄되는 장면은 뱅크시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공개 14시간 만에 4백6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파쇄 후 더욱 유명해진 것이다. 런던의 온라인미술품경매 사이트 측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파쇄된 작품의 가치가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경진 기자 youn@ajunews.com

윤경진 youn@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