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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폼페이오 "오늘 또 한걸음"…`영변 핵폐기-종전선언` 진전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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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폼페이오 4차 방북 ◆

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7일 오후 평양 방문을 마치고 청와대를 예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에게서 방북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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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미·북 간 비핵화 후속 논의를 하고 조기 미·북정상회담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성과를 냈다.

폼페이오 장관이 석 달 만의 방북을 통해 꽉 막혔던 미·북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제2차 미·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 채택,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한반도 대화 국면이 더욱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실무적 측면에서는 양측 입장을 조율해야 할 과제들이 만만찮아 북측의 실질적 비핵화와 미국 측의 상응 조치에 대해 구체적 교환 대상을 선정하고 순서를 잡는 과정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북측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후 서울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아직까지 우리가 해야 될 것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오늘 또 한걸음을 내디뎠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도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또 이날 로이터통신이 폼페이오 장관과 방북에 동행한 미국 측 관리를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지난번보다 좋았지만 (비핵화 진전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a long haul)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서울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과 면담한 사실을 소개하며 "폼페이오 장관은 제2차 미·북정상회담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 개최하기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와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면서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영변 핵시설 폐기는 물론 양측이 취할 '플러스 알파(+α)'에 대해서도 논의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미·북) 양측이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정상회담 일정 등을 이른 시일 내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미·북이 이날 조기 개최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제2차 미·북정상회담은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를 전후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회담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물리적으로 볼 때는 여전히 중간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정상회담 장소로는 '판문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유럽 등지 제3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만일 미·북정상회담과 남북, 남·북·미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며 종전선언 서명·채택이 이뤄진다면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인 판문점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이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다.

미·북은 이날 평양에서 한국 측 중재안인 종전선언과 '핵신고를 미루고' 영변 핵시설을 우선 폐기하는 방안과 함께 상호 간 추가적인 조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을 벌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은 서로가 원하는 '+α'를 받아내기 위한 담판에도 공을 들였을 개연성이 크다.

미국 측에서는 본토에 직접적 위협 요인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문제를 주요하게 거론해 모종의 진전을 이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측은 미국 측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건네며 '종전선언+α'를 받아내기 위한 전술적 행보를 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은 동창리 외에도 평양 인근 산음동 병기연구소(미사일 공장)를 이날 협상 테이블에 올려뒀을 수도 있다. 이곳은 북한의 ICBM 핵심 개발시설로 평가된다.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2시간가량 면담하고 북한이 국빈을 맞이하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90분 동안 업무 오찬을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에 앞서 "오늘은 양국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이라고 통역을 통해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초대해 손님으로 맞이해줘서 고맙고 트럼프 대통령의 안부 인사를 전한다"며 "매우 성공적인 오전(회담)을 보내 고맙고 여기 오찬에서 보낼 우리의 시간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오찬 사진을 살펴보면 그동안 미·북 협상 '메인 채널'이었던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여전히 전면에 나서고 있음이 확인됐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올해 들어 대미 협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김성혜 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공개된 평양 백화원 영빈관 오찬 영상에는 북측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자리했다. 미국 측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해 스티븐 비건 신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이 동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에서 출발한 시간과 오산 공군기지 도착 시간을 감안하면 평양에 머문 시간은 모두 6~7시간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과 한국·중국·일본 순방 과정에서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을 언급하며 중국 참여 필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처럼 중국에 대한 유화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을 내놓은 것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의 위치를 인정하고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베이징을 방문해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안을 중국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이번 방북과 한국·중국·일본 순방의 첫 목적지인 도쿄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일이 잘돼서 (비핵화를 위한) 목표에 다다를 때 우리는 정전협정을 끝내는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중국이 그 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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