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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美, 이란과의 ‘친선조약’ 63년 만에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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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제재 철회’ 반발/ 폼페이오 “명령 권한 없어” 비판/ 제소 활용 우려 ‘빈 조약’도 탈퇴/ 양국 관계 극한 상황 치달을 수도

미국이 63년 역사의 ‘미·이란 친선, 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을 파기한다고 선언했다. 대이란 제재를 완전히 복원시키기 위해 국제조약 파기마저 불사한다는 것으로, 미 언론은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AP통신과 더힐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은 두 나라 사이의 경제관계와 영사권을 확립하는 1955년 협정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인도주의적 물품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이란은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와 제재 복원이 친선조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ICJ에 제소했다. ICJ는 이에 “미 행정부는 의약품·의료장비·식료품·농산품·안전한 민간 항공기 부품 등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세계일보

폼페이오 장관은 “이 조약은 39년 전에 끝났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과 이란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1979년 ‘미국대사관 점거사건’을 상기시켰다. 또 “이란이 ICJ를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오용하고 있다”며 “ICJ가 제재와 관련한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ICJ 제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조약 수정안’에서도 탈퇴하기로 했다. 이 조약은 외교사절단의 파견에 관한 사항과 특권 및 면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과 팔레스타인이 ICJ에 미국을 고소하는 데 있어 빈 조약이 사용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정치적 주장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미국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ICJ 판결에 대해 이란은 “법치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ICJ 결정은 이란의 합법성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불공정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적었다.

미 언론은 이번 판결로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극한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힐은 “미국은 이미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상황이어서 조약 파기가 실제 어떤 효과를 낼지 알 수 없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압박정책이 힘을 더할 것”이라고 봤다. 뉴욕타임스(NYT)도 “친선조약은 1979년 이후 사실상 어떤 효력도 없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이란 고립작전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이란핵 합의에서 탈퇴한 뒤 8월 처음으로 제재를 복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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