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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U 탈퇴 6개월 앞둔 英, 브렉시트 내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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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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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유럽연합(EU) 탈퇴를 6개월 앞둔 영국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영국과 EU의 협상이 불발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우려가 확산되면서 영국 정치권에서는 제2의 국민투표 논의를 포함해 다시 브렉시트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제1야당 노동당의 예비내각 브렉시트담당인 키어 스타머 의원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협상이 나쁜 합의 내지 노딜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노동당은 '나쁜 합의'나 '노딜'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합의안을 도출하면 각각 양측 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한다. 노동당은 EU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의회가 합의안을 부결시키면 새로운 총선을 추진하되 불가능할 경우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의원은 국민투표 용지에 EU 잔류가 담겨야 한다면서 "누구도 'EU 잔류'를 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동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 당대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총선을 실시해 유럽과 우리의 미래 관계를 협상하는 방안을 (국민투표 재실시보다) 선호한다"면서도 당 전체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노동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지난 15일 신문 기고를 통해 "미래가 불확실하고 영국인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재투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EU 설득 실패했지만…메이 "체커스 계획 고수" = 영국 정치권에서 브렉시트 찬반 논의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한 이유는 지난 19~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진행된 EU 비공식 정상회의 결과 때문이다. 당시 메이 영국 총리는 자신이 추진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안(일명 체커스 계획)이 EU 정상들의 지지를 받을 것을 기대했으나 단일시장 훼손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설득에 실패했다.

'체커스 계획'은 EU를 탈퇴하되 EU와 동일한 상품 규제 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EU 정상들은 관세 동맹에 잔류해 상품 단일 시장에 접근하면서도 자유로운 사람들의 이동과 같은 다른 EU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이 계획이 단일 시장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브렉시트가 EU를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유럽 없이 쉽게 살 수 있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 설명한 이들(브렉시트 찬성자)은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단일시장의 일부분이 아니라면 단일시장에 속할 수 없다"면서 "완전한 단일시장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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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메이 총리는 체커스 계획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 총리는 EU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뒤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나쁜 합의보다는 노딜이 낫다"면서 "EU는 내가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거나 나라를 분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25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전날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주요 각료들과 브렉시트와 관련해 체커스 계획을 고수하기로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 英 국민투표 재실시할까…커지는 노딜브렉시트 우려 = EU 정상회의에 앞서 영국 여당인 집권 보수당도 내분하는 모습을 보인 상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스티브 베이커 전 브렉시트부 정무차관이 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보수당 하원의원 136명 중 최대 80명 가량이 체커스 계획에 반대표를 던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한 바 있다.

당초 메이 총리가 체커스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등이 이에 반발해 사임한 바 있다. 노동당이 브렉시트 협상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에서 보수당 마저 다수가 메이 총리의 계획안에 반대하면 EU와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영국 의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당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이처럼 영국 내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에 직접 타격을 받는 영국과 유럽 내 개인과 기업들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24일(현지시간) 노딜 브렉시트가 될 경우 사전 승인 없이 영국과 EU간 비행이 금지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세번째로 내놓은 '노딜 브렉시트' 추가 지침에 따르면 항공 부문과 관련해 합의 없이 EU를 떠나면 영공 비행 권리를 잃는다. 이에 따라 사전 허가 없이 비행기 운항 자체가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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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영국 내 자산 중 4분의 3을 브렉시트 이후 독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밝혔고, 자동차 회사 BMW는 노딜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내년 4월 1일부터 수주일간 미니(Mini) 차종을 생산하는 영국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영국은 내년 3월 29일 EU를 떠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렉시트 이후 어떤 식으로든 영국 경제에 충격이 가해질 것이며 노딜 브렉시트의 영향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주택 가격이 3분의 1가량 폭락하는 등 영국 경제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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