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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금리 상승 걱정 큰데 주택대출 금리는 인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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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장기 고정 금리·분할 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10월 대출 금리는 이달보다 0.1%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상품별로 ‘u-보금자리론’과 ‘t-보금자리론’ 대출 금리는 만기 10년 기준 연 3.1%, ‘아낌e-보금자리론’은 연 3%로 낮아진다.

미국 정책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금융 소비자는 금리 상승을 걱정하지만 정작 주택 대출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이는 국내 경기가 지금보다 나빠지리라고 우려가 확산하며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대출 금리와 연동한 채권 금리가 되레 소폭 내렸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 보금자리론 연동 국고채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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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론 금리는 정부가 민간의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인 만기 5년짜리 국고채 금리(국고채 5년물 수익률)를 기준 금리로 삼고, 여기에 공사의 사업 비용 등을 반영한 가산 금리를 더해 정한다. 보금자리론의 대출 만기가 최소 10년 이상으로 긴 편이어서 국내 채권시장의 대표 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아니라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5년물 금리를 참고 지표로 삼는다.

공사는 다음달 보금자리론 금리를 해당 달이 시작하기 7영업일 전에 정한다. 이달에는 추석 연휴가 긴 탓에 10월 대출 금리를 17일에 일찌감치 결정했다. 대출 금리 산정에 참고하는 것은 금리 결정일의 직전 5영업일(9월 10~14일) 동안의 국고채 5년물 금리다.

이 기간 국고채 5년물 금리는 평균 2.086%였다. 공사가 9월 보금자리론 금리를 정할 때 참고했던 8월 16~22일 국고채 5년물 평균 금리(2.192%)보다 0.106%포인트 내린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에 따른 수출 둔화, 고용시장 부진 우려 등이 커지면서 국민연금 등 국내 채권 투자자의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며 “신용 위험이 없는 국고채 수요가 많아지면서 5년물 금리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은 이자와 상환액이 정해져 있는 만큼 수요 증가로 인해 채권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채권 금리)은 거꾸로 하락한다.

결국 어두운 국내 경기 전망이 채권시장의 국고채 투자 증가→국고채 가격 상승과 금리 하락→보금자리론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주택금융공사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이렇게 정한 금리 수준에 맞춰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보금자리론을 판매하면 대출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주택저당채권)를 넘겨받아서 수익 증권을 발행한다. 대출받은 사람이 갚을 원금과 이자 등 현금 흐름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주택저당증권(MBS)을 만들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국민연금기금 등 채권시장의 큰손으로부터 투자금을 선금으로 받아서 이 돈으로 은행이 보유한 대출 채권을 사고, 이를 다시 투자자에게 넘겨주는 구조다. 쉽게 말해 연기금 등 투자자가 장기·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사 관계자는 “집을 사고팔 때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통해 돈이 오가는 것처럼 보금자리론도 공사 자체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가를 대신해서 주택 대출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소폭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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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공공기관이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만 금리를 내린 것이 아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가계 대출 금리 현황을 보면 만기 10년 이상인 원금 분할 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도 최근 일부 지방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은행이 금리를 인하했다.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 등 13개 은행이 지난 8월 중 취급한 대출 평균 금리가 한 달 전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다. 예를 들어 IBK기업은행의 경우 대출 금리가 7월 3.51%에서 8월 3.3%로 0.21%포인트 내렸다.

이 역시 해당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금융채권(시중은행 및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무담보 채권) 금리가 최근 들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역할을 하는 금융채 5년물 금리(AAA등급·민간 채권 평가회사 4개사 평균)는 지난달 14일 기준 2.479%로 한 달 전인 7월 13일(2.55%)보다 소폭 내렸다. 추석 연휴 직전인 이달 21일에는 2.416%로 8월보다 더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대출금은 은행이 고객 예금이나 금융채 발행 등 차입을 통해 마련하는데, 경기 부진 우려에 중장기 시장 금리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고 대출 금리도 내려가는 것이다.

◇변동금리형 대출 금리는 오름세

다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은행연합회가 최근 공시한 8월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 조달 비용 지수)는 1.89%로 한 달 전보다 0.02%포인트 오르며 12개월 연속 상승했다. 코픽스는 은행이 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 금융채 등을 통해 자금을 모을 때 든 비용을 평균적으로 산출한 것이다.

시중은행은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결정한다. 변동금리 상품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상품’과 ‘잔액 기준 코픽스 상품’으로 나뉘는데, 신규 코픽스는 은행이 지난달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든 비용을 고려하고 잔액 코픽스는 그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가 올랐다는 것은 이와 연동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는 뜻이다.

반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8%로 0.01%포인트 소폭 떨어졌다. 잔액 기준 코픽스와 다르게 최근 내리막을 타는 시장 금리 변동 추이를 신속히 반영한 영향이다.

◇향후 금리 전망에 ‘촉각’

금융 소비자와 시장의 관심사는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히자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이날 2.08%에서 20일 2.23%까지 뛰었다가 21일에는 다시 2.22%로 주춤했다. 시장 금리 상승에 좀처럼 탄력이 붙지 못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리면 결국 국고채 등 시장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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