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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우주라이킷!] ② 그가 우주여행 가이드북을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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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 할수록 세계는 점점 좁아진다."

배낭여행자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론리 플래닛' 설립자 토니 휠러의 얘기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멀리 여행을 떠난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남아메리카 아마존, 아프리카 사바나, 심지어 북극이나 남극으로 여행을 떠난 이들의 사진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는 어떨까. 우주를 여행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단지 새로운 '희귀템' 여행지가 생겼다는 의미뿐일까?

닐 F. 코민스 미국 메인대(천문·물리학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코민스 교수는 미 항공우주국(NASA) 특별연구원 출신이다. 『Discovering the Universe』『The Traveler's Guide to Space』(국내 번역명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 한빛비즈) 등 유명 대중 우주 과학서를 여러 편 썼다. 특히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은 흥미로운 과학 지식을 일상의 언어로 잘 녹여낸, 실제 '여행 가이드북' 같은 과학서로 유명하다. 일반인들이 우주여행을 할 때 겪을 수 있는 일을 상황별로 잘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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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F. 코민스 교수 사진=미국 메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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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람들은 왜 우주에 관심을 가질까

여러 이유다. 지구 밖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 우주의 탄생과 종말, 우주의 작동원리와 지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궁금증, 자연법칙에 대한 이해 등이다. 언젠가 지구를 떠나 우주를 여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도 있다.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하는 것들에 그에 대한 답이 함축돼 있다.

우주를 향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자연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뉴턴은 달 궤도를 관측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아냈다. 과학자들이 '태양은 왜 빛날까'를 궁금해한 덕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연의 근본 힘(강력과 약력)을 알게 됐다. 우주를 공부하면 인류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별이 어떻게 진화하고 생명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다.

Q. 대중 과학서 『우주여행 가이드북』을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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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자를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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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땄는데, 할 게 참 많다. 항공 관련 규정, 비행 조종법, 비상사태 대응법 등을 공부하고, 건강검진도 받아야 한다. 참고할 만한 '지침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주 여행도 마찬가지다. 많은 훈련을 받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우주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었다.

또 하나, 실제 우주여행을 안 하는 사람들도 우주 자체에는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주라는 '큰 세상'을 읽고 우주여행이라는 '위대한 모험'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그들과 공유하기 바랐다.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은?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제 1부 '우주여행 준비하기'에서는 우주와 태양계의 생김세, 우주여행 자격요건, 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설명한다. 2부에서는 우주여행 첫 며칠간 생기는 일, 장기 우주여행을 할 때 주의할 점, 우주여행을 할 때 우울증이나 폐소 공포증 등을 극복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3부는 여행지별로 즐길 수 있는 체험, 4부는 지구 귀환과 재적응 방법을 담았다.

가령 '우주여행을 간다고 할때 어디서 부터가 우주인가?' 같은 문제를 보자. 대기권은 수영장 수면처럼 경계가 명확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경계를 짓고 '여기서 부터 우주'라고 부른다. 그 경계선이 어디냐는 얘기다. 정답은 '지구의 중력이 대기를 붙잡고 있는 영역까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치 풍선의 얇은 막처럼 중력이 미치는 힘이 공기를 잡아두고 있는 영역까지가 우주와 지구를 가르는 경계가 된다. 이를 '카르만 라인'이라고 부른다.

'가까운 미래에 갈 수 있는 우주여행지' 같은 항목도 흥미롭다. 코민스 교수는 몇몇 소행성과 혜성, 달, 화성과 화성의 두 위성 정도를 가까운 미래 여행지로 꼽는다. 태양계를 벗어나는 건 무리다. 가장 가까운 항성인 켄타우로스자리 프록시마별은 지구에서 4.0 X 10,000,000,000,000㎞ 떨어져 있다. 일반적인 우주선 속도(시속 6만4000㎞)로 여행하면 지구에서 7만년이 걸린다.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금성과 수성에 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금성의 온도는 섭씨 460도에 기압이 지구의 90배다. 대기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황산이 가득하다. 수성에 가려면 우주선이 과열되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Q. 2019년 민간 우주여행 시대가 열린다. 잠깐 지구를 벗어나는 준궤도 여행도 매력 있을까

준궤도(Sub-Orbital) 여행은 우주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심우주(Deep Space)에 가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지구에서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다. 강한 중력가속도와 무중력 상태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서로 거꾸로 서서 마주 보거나, 날아다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거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도 멋질 거다. 지구를 한눈에, 국경이나 사회적 경계 없이, 바라보게 된다면 삶에 대한 관점이 바뀔 지도 모른다.

야간 여행은 낮과는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지구 곳곳의 수많은 마을과 도시의 붉빛을 한꺼번에 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지구 전체의 모습을 보게 되면 문화와 언어, 종교와 종파, 국적과 인종 등을 구별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p. 216~217)

Q. 우주는 기초과학 분야다. 한국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학생들은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천문학이나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형제자매, 친구들과 우주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나 게임도 많고, 별보기 여행도 많다. 우주 관련 내 수업도 한 해 200명 이상이 듣는다. 많은 학생들이 우주를 전공하고 싶어한다.

교육과 지식의 우선 순위는 각 사회마다 다르다. 사막 지역에서는 다른 곳보다 기온과 물 문제를 더 중시하는 식이다. 만일 한국처럼 (사회적)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이 중요한 사회라면, 우주보다는 지구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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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바라본 유성우 사진 = 미항공우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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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당장 눈앞의 일을 하며 삶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삶과 우주가 주는 '큰 그림(Big Picture)'을 보지 못하게 된다. 잠시 멈춰 서서 밤하늘을 보고, 우주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들에 대해 "왜?"라고 물어보라. 그런 경험이 당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만족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닐 커민스 교수는 현재 『과학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가(What science is and How it works)』 등 여러 권의 새 대중 과학서를 준비 중이다. 그는 '우주라이킷! : 은하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가 "한국에서 우주여행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oe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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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라이킷!]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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