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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하늘나라에서 걱정 마세요"…현기차 비정규직의 추석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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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차 비정규직지회, 단식농성장서 한가위 합동 차례

뉴스1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단식농성장에서 한가위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2018.9.24/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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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동지와 헤어진 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윤주형 동지와 지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이제 모든 걱정 내려놓으세요. 우리들이 마무리해드릴게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기아차 화성공장의 비정규직 조합원 권연옥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故) 윤주형 기아차 사내하청분회 조합원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를 낭독했다. 하얀 소복을 입고 앉은 채 고개를 떨군 조합원들의 눈가는 붉어졌고, 작은 흐느낌이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터져 나왔다.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불법파견 책임자 처벌'과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사무실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24일. 현기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족의 대명절 추석에도 가족들과 둘러앉아 안부를 나누는 일상의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대신 해고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3명의 조합원을 위한 차례를 지냈다.

비정규직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마련한 차례상에는 고 류기혁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고 박정식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사무장, 고 윤주형 조합원의 이름표와 흑백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과 이병훈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 등이 엄숙한 얼굴로 향과 술을 올렸다.

'꿀잠'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조현철 신부는 추도사를 통해 "쌍용차 10년간 30명, 현기차 비정규직 투쟁 과정에서 3명, 사람이 이렇게 죽어 나가도 변함 없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의 참혹한 현실"이라며 "오늘 추모 합동 차례를 통해 모든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고 기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오도록 함께 힘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곧이어 발언을 넘겨받은 김 지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고용노동부가 현기차의 불법을 14년 동안이나 방치하지 않았다면 세 분은 이곳이 아니라 여느 사람들처럼 가족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쇠고 있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또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조합원들도 난생 처음 농성을 하고 단식을 하고 있다"며 "고용부가 지난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이제라도 현기차의 불법을 처벌하고 정규직화 시정명령을 한다는 약속을 분명히 할 때까지는 농성과 단식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회장 또한 "즐거운 추석 명절,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오손도손 모여 차례도 지내고, 그간 못다한 이야기도 해야 할 날에 이렇게 차례를 지내고 있다"며 "비정규직 없는 삶을 꼭 만들어내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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