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밤샘 모싯잎 채취’ 현장 가보니
축구장 100개 면적서 연간 1050t 잎 생산
영광 모싯잎송편, 한해 전국에 280억 판매
추석을 앞두고 전남 영광 지역 이주여성과 농민들이 새벽 어둠이 깔린 밭 사이를 다니며 모싯잎을 따고 있다. 기존 송편에 모싯잎을 넣은 송편은 한해 280억 원어치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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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로 유명한 영광에서는 새로운 명절 특산품이 뜨고 있다. 떡을 만드는 쌀에 모싯잎을 섞어 만든 모싯잎송편이다. 기존 송편에 모시의 산뜻한 맛과 향을 더함으로써 연중 전국으로 팔려나가는 히트 상품이 됐다. 영광군은 모싯잎 송편으로만 한 해 280억 원(3360t)의 매출을 올린다. 송편 매출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추석을 앞두고 전남 영광 지역 이주여성과 농민들이 새벽 어둠이 깔린 밭 사이를 다니며 모싯잎을 따고 있다. 기존 송편에 모싯잎을 넣은 송편은 한해 280억 원어치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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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높은 낮에 따면 금방 시들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특성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통상 오전 1시부터 8시 사이에 진행되는 작업에는 베트남·태국·라오스 출신의 이주여성들이 대거 투입된다. 작업자 수십명이 머리에 찬 헤드 랜턴을 비춰가며 잎을 따는 모습은 야간 수색작업을 방불케 한다. 주민 김순례(66·여)씨는 “모싯잎은 따놓으면 자체적으로 열이 난다”며 “잎이 든 포대 안에 손을 넣으면 뜨거울 정도여서 반드시 밤에 따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벽에 진행되는 모싯잎 채취는 완전무장이 필수적이다. 야간에 모기나 해충들과 싸워가며 작업을 하는 탓에 비옷과 장화를 반드시 착용한다. 숙달된 작업자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하루 최대 200㎏의 모싯잎을 채취한다. 일당은 10㎏당 1만원씩 계산돼 한 번에 20여만 원까지 손에 쥘 수 있다. 7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모싯잎 수확 기간에만 1000만원을 버는 농민도 있다. “영광에서는 모싯잎만 잘 따도 집을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추석을 앞두고 전남 영광 지역 이주여성과 농민들이 새벽 어둠이 깔린 밭 사이를 다니며 모싯잎을 따고 있다. 기존 송편에 모싯잎을 넣은 송편은 한해 280억 원어치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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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 밤이슬과 작업자를 향해 날아드는 해충들도 새벽 작업을 고되게 한다. 특히 태국이나 라오스 등에서 시집온 이주여성들은 큼지막한 애벌레나 나방을 보고 기겁을 하기 일쑤다. 모싯잎 채취가 진행되는 모시밭 곳곳에서 “악”하는 비명과 웃음소리가 동시에 쏟아지는 것도 외국인들에겐 생소한 벌레 때문이다. 영광의 모시밭은 농약을 쓰지 않아 ‘모시 벌레’로 불리는 큰멋쟁이나비 애벌레 등이 밭 곳곳에서 출몰한다. 라오스 출신인 뒤양(45·여)은 “차라리 모기는 괜찮은데 큰 벌레는 너무 무섭다”며 “한 번 벌레를 보면 20분 정도는 밭에 들어가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새벽부터 모싯잎 수확작업을 한 농민들이 아침 마무리 채취를 하고 있다. 기존 송편에 모싯잎을 넣은 영광 모싯잎송편은 한해 280억 원어치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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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싯잎송편의 인기는 떡 생산업체와 관련 농가들의 증가세에서도 확인된다. 상업화 초기인 2003년 15개였던 영광 지역 떡 가공업체는 현재 141곳까지 늘어났다. 주재료인 모싯잎의 수요도 늘어나면서 모시 재배면적이 70㏊(70만㎡)까지 증가했다. 현재 영광에서는 축구장(7140㎡) 100개 크기에 달하는 총 99개의 밭에서 한 해 1050t의 모싯잎이 생산된다. 연간 모싯잎송편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국내산 쌀도 1397t에 달한다.
모싯잎 채취작업을 마친 농민들이 수확한 모싯잎의 양을 재고 있다. 영광 모싯잎송편은 한해 280억 원어치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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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새벽 어둠 속에서 모싯잎 수확을 마친 농민들이 모싯잎이 든 포대를 옮기고 있다. 기존 송편에 모싯잎을 넣은 영광 모싯잎송편은 한해 280억 원어치가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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