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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그 교수에겐 배울 게 없음"···대학가 '갑질 복수'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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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서울대 공대서 시작한 김박사넷

10개 주요대학 교수 4000명 정보 담아

익명 게시판엔 갑질교수 혹평 이어져

박사기간, 졸업생수, 논문수 등 객관정보도

중앙일보

대학가 '교수 갑질' 문제는 어제 오늘 애기가 아니다. 지난 3일 오후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 본관 앞에서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4학년 비상대책위원회가 '갑질' 문제가 제기된 교수에 대한 학내 조사 결과에 반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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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교수님의 능력이 의심될 정도로 논문에 관심 없음.(거의 못 낸다고 봐야 함) 그렇다고 교수님한테 학술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없음(수업만 들어봐도 앎). 인건비도 안 주기로 유명…. 더 충격적인 건 학생이 잘 되기를 바라지 않음.’

‘타 랩 소속이지만 오고가고 마주치면서 느낀 점 써봅니다. 능력있으시고 공과 사 구분이 명확하신 분입니다.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몰리는 랩이라, 입학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다른 곳보다 굳은 각오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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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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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대학가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도교수의‘갑질’에 끙끙 앓아온 학생이라면 희소식, 학생을 종처럼 부려온 교수라면 ‘악몽’이 시작된 셈이다. 올 1월 문을 연 김박사넷(www.phdkim.net) 얘기다.

김박사넷은 ‘대학원 고급정보 플랫폼’을 표방한다. ‘대학원 진학시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정보’‘하지만 꼭 필요한 정보

대학원에 진학해야 알 수 있는 정보’‘어떤 정보가 가치 있는 정보인지를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알려주기 위해 시작’가 김박사넷의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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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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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뜨거운 이슈는 ‘한줄평’이다. 교수의 이름을 검색하면, 소속 학교의 학생들이 익명으로 털어놓은 적나라한 교수평을 볼 수 있다. 혹평이 유달리 눈에 띄긴 하지만, 지도교수에 대한 구체적인 칭찬과 존경을 표하는 평가도 적지 않다. 소속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연구실 분위기 ▶인품 ▶강의 전달력 ▶논문 지도력 ▶실질 인건비의 5가지를 학점처럼 AㆍBㆍCㆍDㆍF로 평가한 5각형의 평가 플랫폼은 해당 교수와 연구실의 분위기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돼 있다.

객관적 수치를 담은 평가도 있다. ▶박사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 ▶연도별 석ㆍ박사 졸업생 수 ▶교신 SCI 논문 수 ▶교신 SCI논문 톱5 ▶피인용 횟수 ▶동일 계열 연구실과 비교 등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스타 교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 교수들이 연구실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당장 교수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평가를 혹독하게 받은 교수는 김박사넷에 ‘명예훼손’을 이유로 글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김박사넷 측에서는 글을 지워주긴 하지만 대신 ‘해당 교수의 요청에 따라 글을 지웠습니다’와 같은 문구를 남겨 결과적으로 ‘오죽하면 글까지 지울 정도였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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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의 한 교수는 “요즘 교수들이 모이기만 하면 김박사넷 얘기를 할 정도로 화제”라며 “특히 테뉴어 심사를 앞둔 주니어 교수 입장에서는 김박사넷에 올라온 평가가 치명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박사넷은 서울대 재료공학과 졸업생들이 만든 사이트다. 올 1월 문을 열 때만 하더라도 서울대 공대생만을 대상으로 교내 게시판 ‘스누라이프’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대와 KAISTㆍ포항공대ㆍ연세대ㆍ고려대 등 10개 대학, 4000명 이상의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올해 말까지 25개 대학의 1만명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반응도 폭발적이다.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홈페이지 월 방문자 수가 1만 건을 조금 넘는 정도였으나, 6월 2만8000여 건, 7월 3만6000여 건, 8월 6만6000여 건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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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김박사넷 대표는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지도교수와 연구실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대학원 선배한테 물어보는 것밖에 없다”며 “자대생은 그나마 제한적으로 정보를 알 수 있지만, 타 대학 학생들은 정보를 접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교수님들로부터는 적잖은 항의를 받고 있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너무 고맙다’는 반응”이라며“앞으로 국내 대학뿐 아니라 해외 유명대학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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