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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부산 영도 깡깡이 마을엔 40년된 ‘양다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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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조선소 들어선 마을

배 수리 망치 소리로 깡깡이 마을 불려

부산시 예술 상상마을 선정…마을 곳곳 예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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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명물 영도다리(영도대교)가 보이는 영도구 대평동. 본래 포구였는데, 일제 강점기 때인 1912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인 다나카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조선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수리조선업으로 이름이 높은 동네다. 이 마을은 바다를 등지고 뭍을 마주 보는 지형으로 어선 수리에 좋은 곳으로 해방 후에도 조선업이 유지됐다. 70년대 원양어업 바람이 불면서 수리조선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근대 조선산업의 근거지이자, 수리 조선산업 출발지로 역사·문화 자원과 근대산업 유산이 남아있는 곳이다. 배를 수리하기 전 배 밖에 붙은 조개를 떼어내고, 페인트와 녹을 벗겨내는 망치 소리에서 ‘깡깡이 마을’로 불렸다. 현재 수리조선소 8곳과 선박 수리공장 등 260여개 업체가 모여 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에 여파로 수리조선소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마을은 쇠퇴했다. 2015년 이 마을은 부산시의 예술 상상마을 조성사업의 두 번째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낙후된 마을을 예술과 문화를 곁들여 부활시키는 문화예술형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첫 번째 대상지는 감천문화마을이다. 현재 깡깡이 마을 곳곳에는 예술 작품과 마을 역사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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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마을 둘러보기는 안내센터에서부터 시작된다. 조선기가재 업체와 부품 수리업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대평동 물양장(옛 영도도선장)의 2층짜리 건물에 있다. 1층에서는 깡깡이 마을 역사와 관광코스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안내센터 앞에는 41년 전 만들어져 퇴역한 예인선(41t급)을 개조해 꾸민 ‘신기한 선박체험관’이 있다. 선박체험관에서는 예인선의 구조와 작가들의 상상력이 아우러진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깡깡이 마을 사업단은 이곳에서 배를 타고 부산대교~자갈치 시장을 돌아보는 ‘바다 버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안내센터에서 수리조선소 쪽으로 가다 보면, 한쪽 벽에 깡깡이 마을 역사 기록과 예술 작품이 내걸려 있는 ‘거리 박물관’이 나온다. 거리 박물관에서는 1890년대 나룻배가 다니던 시절부터 해방 후 현재까지 마을의 수리조선소 변천사 한눈에 볼 수 있다. 배의 구조와 배를 수리하는 작업 과정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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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박물관을 지나 대평로터리 쪽으로 나오면, 깡깡이 마을 공작소가 있다. 공작소는 2016년까지 선박엔진 등을 수리하던 업체가 있었는데, 예술 상상마을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공작소 들어섰다. 배의 닻과 조타기 조립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운영된다.

공작소 맞은편에는 ‘양다방’이 있다. 40여 년째 이곳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실내 구조와 실내 장식도 그때 그대로다. 1970년대 말 선원들과 수리조선소 노동자들은 이곳을 휴게실이나 업무 회의 공간 등으로 활용했다. 지금도 양다방은 마을 주민과 수리조선소 노동자들의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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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마을 곳곳에 있는 예술 작품을 구경하면서 대평로를 따라가면, 깡깡이 생활문화센터가 나온다. 옛 대평유치원과 대평동 마을회관으로 사용됐던 2층짜리 건물인데, 1층에는 대평 마을다방이, 2층에는 마을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박물관에는 100여년 동안 축적된 깡깡이 마을 수리조선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주민들의 생활 영상, 예술 작품, 사진 등이 전시되고 있다.

박영오(73) 대평동 마을회 부회장은 “깡깡이 마을은 근대 조선업의 역사와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예술 상상마을 조성이 되면서 마을에 활력이 돌고 있다. 추석 연휴 조용한 깡깡이 마을을 둘러보면서 바닷냄새와 마을 곳곳에 설치한 예술 작품 등을 보고 쉬었다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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