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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차 없는 도시 스페인 폰테베드라…“이곳은 천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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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저에게 있어 이곳은 천국이에요.”

도시에 자동차가 없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자동차가 선사하는 편리함이 사라진 데 대한 불편이 클까 아니면 보다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관한 만족감이 클까.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조그만 중소도시 폰데베드라는 자동차가 도시 생활에 필요한 지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1999년부터 도심에 차량을 없앤 정책을 도입했고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이곳의 시민들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이 걸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공해가 줄고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다며 한 목소리로 이 실험적인 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폰테베드라는 1999년 미구엘 앤소 페르난데즈 로레스 시장이 집권한 이후부터 차 없는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폰테베드라의 유서 깊은 도심이 마약과 공해, 사고 위험 다발지역의 대명사로 불리며 시민들이 기피하자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심하던 끝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평소 ‘자동차를 소유했다고 모두의 공간을 차지할 수 없다’는 지론을 가졌던 로레스 시장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 사람들은 기회가 된다면 도심을 벗어나려고 했었어요. 정체돼 있었죠”라며 “교통체계를 개선하려고 고심했지만 결국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대신 우리는 모두의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차를 없애버리기로 했습니다”고 말했다. 세자르 모스케라 건축담당관은 “차량 때문에 노인과 아이들이 도로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계획에 따라 폰테베드라는 모든 차량을 도심에 진입하지 못하게 했고, 지상의 주차장을 폐쇄했다. 대신 시 외곽에 1686개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들었다. 차 없는 지역을 점점 늘려가는 한편 폰테베드라는 시 외곽의 교차로 신호등도 보행자 편의를 위한 방향으로 개선하고 차량 속도도 30km/h로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실시했다.

차 없는 실험의 효과는 컸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3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2009년부터는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프로젝트 진행 이전 대비 70% 가량 줄었다. 도시의 안전이 담보되자 도시 유입 인구가 1만2000여명에 달했는데 이는 도시 규모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스페인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것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물론 자동차의 속도에 익숙한 시민들의 불만도 없지는 않다. 시 외곽의 주차장에서 도심까지 교통수단이 다향하게 갖춰져 있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느긋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폰테베드라의 철학을 존중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민 라구엘 가르시아는 “마드리드를 비롯해 다른 도시에서 살아봤지만 여긴 말 그대로 천국이에요. 비가 내려도 우리는 걸어야만 하죠. 하지만 비를 피해 들어간 슈퍼마켓에서 사람들끼리 ‘위기를 피했다’고 (웃으며) 같이 말할 수 있어요. 아이를 양육하는 데도 정말 좋은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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