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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혼추족’ 뭐하고 놀아? 천문대 보름달, 외국인과 김치전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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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혼자 추석 보내는 사람들의 이색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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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요? 외국인들이랑 김치전 부치며 보내려고요.”

직장인 양채윤(32)씨는 추석 연휴인 25일,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지 않고 ‘김치전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다. 단돈 1만원을 내고 김치전과 막걸리를 즐기고, 경품 추첨으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추석에 마땅히 갈 곳 없는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는 덤이다. 양씨는 “추석 기간 교통이 혼잡해 길에서 시간만 보내느니 서울에 남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며 “고향에 못 가는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모임을 주최한 윤정호(30)씨는 “지난해 추석 때는 80명이 김치전 파티에 참석했다”며 “이색적인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혜민(25)씨는 22일 추석 연휴의 시작을 외국인과 함께하는 ‘개츠비 요트 파티’로 할 예정이다. 한강 위에 떠 있는 4층 규모의 요트 위에서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공연을 보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출 수 있는 행사다. 지난해 추석 연휴엔 3천여명의 내외국인이 참여했다. 김씨는 “추석 연휴를 이용해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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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처럼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가지 않고 혼자 명절을 즐기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함께 여가 활동을 할 동료를 모으는 플랫폼 서비스 ‘프립(Frip)’에는 혼추족을 위한 추석 연휴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박아름 프립 매니저는 “긴 휴가를 쓰기 어려운 직장인들에게 명절 연휴는 온전히 자신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라며 “추석 연휴 기간 올라온 상품 수가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인기 프로그램은 26일 한가위 보름달을 천문대에서 함께 관측하는 ‘보름달 관측회’다. 서울 용산에서 달과 행성을 천체 망원경으로 관측한 뒤 달 탐사 영상도 함께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름달 관측회는 프립 플랫폼에 올리자마자 정원이 차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설했다. 김영진(43) <과학동아> 천문대장은 “추석 연휴 보름달 관측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일주일 전부터 마감될 만큼 인기가 좋다”며 “명절에 색다른 즐길 거리를 찾는 혼추족들이 많이 신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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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잔소리를 피해 조용한 곳에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헤드헌팅 회사를 운영하는 신동윤(42)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충남 예산군의 저수지 위에서 보낼 계획이다. 가족들에게 언제 결혼할 거냐는 잔소리를 듣느니 낚시를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신씨는 “고립된 물 위 펜션에서 아무 생각 안 하고 편하게 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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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31)씨는 친구들과 함께 북한산 등반을 한다. 유씨는 “가을 산 정취와 자연이 주는 기운을 받고 올 것을 생각하면 벌써 힘이 난다”고 웃었다. 지난 12일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은 학내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22일 청계산에 함께 갈 사람을 구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20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이나 결혼 등 추석 때 가족모임에서 나오는 어른들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가족과 함께 하는 추석’에서 ‘즐기는 혼추석’으로 명절의 의미가 재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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