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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87] Rememb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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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도 치유하지 못할 심적 고통을 남긴다. 사랑은 누구도 뺏어가지 못할 추억을 남긴다(Death leaves a heartache no one can heal. Love leaves a memory no one can steal).’

애니메이션 '코코(Coco·사진)'를 보고 떠올린 아일랜드 묘비명입니다. 상실의 비통(悲痛)을 아물게 할 사랑의 추억을 노래하기 위해 이 걸작은 먼저 흑백 사진을 공개합니다. 어린 딸 코코의 가족사진엔 아빠의 얼굴이 없습니다. 가수가 되겠다며 떠나 영영 안 돌아온 남편을 용서하지 않은 아내가 찢어 없앤 겁니다. 그런 연유로 그들 가문엔 음악이 4대째 금기어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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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멕시코. 주인공은 코코의 증손자 미구엘. 가수가 꿈인 소년은 신비한 기운에 이끌려 '죽은 자들의 날(Day of the Dead)'에 사자(死者)들의 세상에 빨려 들어갑니다. 극적으로 코코의 아빠를 만난 소년은 그가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사연을 듣게 됩니다. 그의 명성과 악보를 뺏은 자에게 독살된 겁니다.

문제는 후손이 그의 사진을 제단(祭壇)에 올려 추모하지 않으면 곧 그의 영혼이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마저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 한편 평생 아빠를 기다리며 그리워한 코코가 마지막 숨을 거두려 하는데….

이승에 돌아온 소년은 코코에게 달려가 '날 기억해 줘(Remember me)'를 노래합니다. 아기 때부터 코코가 아빠랑 즐겨 부른 곡입니다. 기적적으로 깨어난 코코가 감동해 눈물을 흘립니다. 미구엘 덕분에 아빠의 사랑과 옛 추억이 되살아난 겁니다. 코코가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는군요. 남몰래 간직해온 아빠의 얼굴입니다.

소년이 완전체(完全體)가 된 가족사진을 제단에 올립니다. 저승에 있는 코코의 아빠도, 소년의 대가족도 기뻐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더 일찍 만나는 천국이다(A happy family is but an earlier heaven).’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이 은유가 참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소년은 곧 가수의 꿈을 이루겠지요?

[이미도 외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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