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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매경춘추] 공감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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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음식과 관련된 추억이 빠질 수 없다. 필자에겐 어릴 적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주시던 콩국수, 졸업식 때 온 가족이 함께 먹던 짜장면이 그렇다. 생각해보면 음식 맛이 특출나거나 대단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음식과 함께 가족들과 나눈 특별한 감정과 온기가 기억으로 남은 것이리라.

필자는 한 달에 두어 번은 '공감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과 식사를 한다. 식사 멤버를 정하는 데 특별한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직접 소소한 사연을 적은 '공감엽서'를 보내 함께 식사를 하자고 신청하면 그만이다. 사연은 상품을 개발하거나 프로젝트를 훌륭히 마무리했으니 칭찬해 달라는 지극히 고전적인(?) 레퍼토리부터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봉사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훈훈한 소식이나, 직장인 야구리그에서 우승한 사내 야구동호회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대표이사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인 만큼 초반에는 모두 긴장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사연 이야기를 시작으로 서로 한두 마디씩 보태다 보면 어느새 식사 자리는 맛있는 음식과 재미난 이야깃거리로 가득해진다. 종종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눠야 온전한 '식구(食口)'가 된다고 하던데, 공감밥상을 함께한 직원들과는 '식사 친구' 정도는 되는 듯하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사에서 업무 성과가 뛰어난 팀은 지능지수보다 공감 능력이 높은 팀원들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팀워크가 좋아지고 이것이 조직의 성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직원들 이야기에 집중하고 경청하려는 노력을 공감밥상을 통해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공감밥상'이라고 이름을 붙여 놓으니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거창한 소통과 화합의 장이 아니라 직장생활에서 따뜻한 교감을 나누는 밥상, 이것이 필자가 바라는 '공감밥상'이다.

필자는 오늘도 점심 밥상에서 직원들을 만난다. 이번엔 또 어떤 사연, 어떤 희로애락 이야기가 반찬으로 담길지 미리부터 궁금해진다. 이 작은 밥상 이야기가 많은 직원들의 공감으로 더욱 풍성해지고, 회사 곳곳에서 또 다른 '공감의 꽃'으로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박찬종 현대해상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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