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트럼프의 文·金 ‘응원전’에 북핵 ‘필패론’ 고개[특파원+]

댓글 1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북·미 협상 재개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엄청난 진전이 이뤄졌다”고 극찬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미 뉴욕 고위급 회담 및 오스트리아 빈 실무 회담 추진 계획을 밝혔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박3일간 평양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20일 삼지연 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의 환송을 받으며 공군 2호기로 향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러나 남북 정상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북핵 문제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음에도 트럼프 정부가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려 들면 1차 정상회담 때와 똑같은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북한 핵무기가 미국을 겨냥하지 않는 한 북한의 핵 보유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북한이 이제 ‘최소 압박’(minimum pressure)만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열광하는 것은 기묘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 ‘슬레이트’(Slate)는 “남북한 간 합의를 보면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트럼프는 더는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응원전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 노력에는 찬사를 보내고, 응원전을 펼친다”면서 “그는 심지어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전혀 진전되지 않았어도 응원을 보낸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관해 몇 가지 조처를 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 국민에게 그 중요성을 한껏 부풀려 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2박3일간의 평양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지난 몇 달 동안 외교의 길을 함께 걸어왔으나 북한의 핵 해체 분야에서 그 어떤 실질적인 진전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세 지도자 중 누구도 이런 사실에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그러는 사이에 한반도는 보다 평화로운 곳이 될 것이고, 미국 일반 국민은 더는 핵전쟁 걱정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보다 김정은과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쓴다”면서 “트럼프가 싱가포르 회담 이후 김정은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에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끝없이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선 스팀슨 센터 연구원은 이 매체에 “트럼프가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외교적 승리에만 관심을 보이며 한국 전쟁을 종식한 인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소 압박

워싱턴 포스트는 “남북한 지도자가 북한에서 극적인 정상회담을 마치고, 남북 관계를 진전시켰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참석하지도 않았으나 그런 외교적 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려 한다”고 20일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자신이 없었으면 제2의 한국 전쟁이 발발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들어 이같이 지적했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 ‘화염과 분노’를 거론하며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캠페인을 전개했었다.

WP는 “이제 대북 제재 연합 전선이 무너졌고, 중국이 북한과 합법·불법 거래를 재개함으로써 북한에 경제적 생명선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또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의 석탄 수출 등을 지원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북한이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굴복에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고 주장해왔으나 대북 제재 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지렛대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WP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내놓을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라고 전했다. WP는 “문 대통령은 대북 외교가 비핵화보다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의 진행 과정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강하게 나가려 해도 그런 수단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WP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남북 경협이 진행되면 최대 압박 캠페인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채찍 대신 당근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9일 자 사설에서 “평양에서 날아든 좋은 소식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지만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유쾌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 이외에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WSJ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압박을 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WSJ는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채찍을 치워버리고, 당근을 쏟아붓기를 바라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과거 행태로 볼 때 이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WSJ는 “김 위원장이 과거에 했던 약속을 재확인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열광적으로 응답한 것은 기묘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질타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