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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경제 불안의 진단, 처방, 대책 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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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 가운데 상위 0.1%(소득금액 기준) 기업 695곳의 소득 총액은 179조원이었다. 적자를 내지 않은 상위 60% 기업 41만7264곳의 소득 총액 330조원의 54%에 해당한다. 상위 10%의 기업 6만9544곳의 소득 총액은 304조원으로, 전체 금액의 92%에 달했다.

최상위 10% 기업이 90%의 이익을 내고, 나머지 90% 기업이 10%의 이익을 낸 것이다. 하위 40% 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총 80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심상정 의원은 극소수 기업에 의한 ‘독식경제’ 생태계는 사실상 시장실패 상태로 봐야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공정경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에 이어 8월의 연이은 고용참사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는 "구조조정을 거쳐 혁신을 해나가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대체로 금년 말이나 내년 초쯤 지나야 조금씩 개선 효과가 보이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했다.

기업의 이익구조나 고용 현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 할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거나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는 등 그 인식과 진단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거나 착취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으나 정확히 말하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노동자를 착취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기업은 과거와 달리 노동자나 하청업체에 의해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외국노동자들의 의존도가 크며, 전세계 경쟁력 있는 회사들과의 협력과 설비 자동화, 과감한 R&D 투자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여러 가지를 요구하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에 비해 엄청나게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누구나 이런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는 현상이 이를 반증한다.

하청을 통해 중소기업을 착취하고 독식한다며 공정경제를 강조하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이익도 내지 못할 정도의 기업은 애초 대기업의 협력사가 되지도 못한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대기업의 협력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익도 내지 못하거나 이익을 겨우 내는 기업들이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그들이 경쟁력이 없거나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대기업 때문은 아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 달라고 할 수는 있어도 그들 때문에 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최근의 계속되는 고용 참사에 대해 중도 경제학자들조차 소득주도성장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부총리도 단기간의 고용지표 개선이 어렵다며 속도 조절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곧 좋아질 거라 주장하고 있으니 인식의 차이가 크다. 심지어는 여당에서는 일부 소득이 개선된 효과도 있다고 우기고 있다.

체질이 바뀌는데 수반되는 고통이라는데 언제까지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그 내용과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그걸 믿고 참기라도 할 것 아닌가. 막연히 추상적인 말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무마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경쟁력을 키워주는 정책이 아니라 앞서가는 집단에 화살을 돌리고 돈을 대줘서 연명시키며 좀비화시키는 방식으로는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 인식과 진단이 현실과 거리가 있으니 그 처방이 효력이 있을 수 없다. 0.1%, 1%, 10% 하는 식으로 갈라서 원인을 돌릴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가올 세상을 상상하고 대비해야 올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증오로는 미래를 열 수 없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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