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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비핵화 시한 못박아…`핵폐기-종전` 협상 속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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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남북정상회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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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이 미국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는 전기를 마련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미국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성명에서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환영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북한과 즉시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천명했다.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그 결과를 미·북 정상이 다시 만나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 후 나온 미국 반응은 신속했고 태도도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담 시작일까지도 강력한 대북제재를 강조했던 기존 입장과 사뭇 달라진 자세다. 미국 내에서 비핵화 조치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우세한 데도 불구하고 협상 재개를 발 빠르게 밀어붙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만 강조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비핵화를 통한 미·북 관계 변화'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협상 목표라고 언급한 점도 달라진 대목이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정부 임기 말인 '2021년 1월'을 비핵화 완성 시한으로 제시하고 "협상의 출발점에 섰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 뉴욕·빈 채널 동시 가동 의미

이날 미국 국무부가 다음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간 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대표자 간 별도 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외교장관 레벨과 실무급 레벨의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 협상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북한도 이에 호응할 것으로 보여 비핵화 협상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비건 대표의 협상 파트너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담 장소를 '빈'으로 꼭 찍어 제시한 것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 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위치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 핵시설 폐기가 본격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핵사찰을 책임지는 국제기구 소재지로 회담 장소를 낙점한 것이다. 북한을 향해 국제 사찰의 약속을 지키라는 의미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2015년 7월 미국 주도로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이란과 핵협상에 최종 합의한 장소도 빈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IAEA 사찰단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한 조치 차원에서 앞서 이미 발표한 대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미국과 국제 사찰단 참관 속에서 영구 폐기하는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결정을 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해서는 즉시 폐기를 약속한 반면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는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내걸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동창리 발사장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는 '상응 조치'는 언급하지 않은 채 '국제적 검증 약속'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 영변 핵폐기-종전선언 빅딜 나오나

미국이 전향적 태도로 돌아서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외에 이른바 '플러스 알파(+α)'를 미국에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공식 발표 내용 외에도 더 많은 비핵화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에게 엄청난 서한을 받았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그것은 3일 전에 배달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난 8일 정상회담을 제안했던 김 위원장 친서 외에 추가 서한이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전달됐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추가 제안 존재 여부는 물론 내용도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원했던 핵 프로그램 신고서와 관련된 제안이기보다는 핵시설 순차 폐기와 검증 수용 의사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핵 신고와 종전선언 사이에서 상당 기간 교착됐던 미·북 간 협상도 실질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미래 핵'을 상징하는 영변 핵시설을 미국 참여 아래 철저히 검증해 폐기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국 돌파용'으로 북한과 협상 재개를 서둘러 지시했다는 해석도 있다. 또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비핵화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성과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하려는 미국과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 사이 협상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미국 의회와 여론을 설득하는 것도 내부적 숙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평양공동선언은 미국 목표보다 더 나아가지 않았다"면서 "달갑지 않은 딜레마를 미국에 안겼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언급한 '2017 국가별 테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테러지원국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미국 도시들을 위협하고 국제적 테러행위에 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 국무부는 북한 정부가 국제 테러행위를 반복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결론에 따라 지난해 11월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도시와 동맹국들 영토에 대한 김정은의 위협뿐 아니라 지속적인 핵·탄도미사일 실험과 개발이 이러한 행위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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