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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씬짜오’ 베트남 여성의 말걸기] 이주여성을 향해 갑자기 날아든 돌 / 원옥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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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지난 9월14일 금요일에 광화문광장에서 ‘다문화가정의 한국 정착 이야기’라는 공개 토크쇼가 있었습니다. ‘2018 실패 박람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이주민 다섯명이 나와 한국 정착 과정에서 겪은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진행 중에 너무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관객으로 참여하여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한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으로 시집와서 겪은 시가와의 갈등, 남편과의 갈등을 이야기하는 중 제 옆에 앉아 있던 어떤 노인이 갑자기 일어나 돌멩이를 주워 무대 위의 여성을 향해 던져 그 여성이 돌멩이를 어깨에 맞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행동이라 말릴 틈도 없고 다들 당황하는 사이에 그 노인은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여성의 발언 중에 노인을 화나게 할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평소에 이주민과 다문화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겠지요. 아니면, 이주민 여성은 감사하게도 한국에 시집왔으면 입을 다물고 불만 없이 순종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생각하는 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주민에 대한 적대적인 혐오 행위를 볼 때마다 저는 너무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눈앞이 막막합니다. 옆에서 본 저도 이런데 직접 돌을 맞은 그 여성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겠습니까?

한국 사회는 그동안 정부와 이주민단체 그리고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노력한 결과 이주민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것에 점점 마음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주민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와 폭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혐오와 폭력은 결코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작은 일이라고, 일부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간다면, 혐오와 폭력의 크기는 점점 더 커져갈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여전히 한국 사회 가부장 문화에서 가장 밑바닥에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들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말살당한 채 가장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이 이런 부당한 대우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면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습니다.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입니다. 너무 폭력적이지 않습니까?

이런 말에는 이주민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습니다. 이주민은 낮은 대우를 받아도 된다, 심지어 같은 가족 간(예를 들면 동서지간)에 차별을 당해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주민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하고 낮게 대우해도 괜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혐오의 감정은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한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특히 약자에 대한 폭력은 더 부끄러운 일입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의 한사람으로서 한국 사회에 요청드립니다. 이주민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같은 사람입니다.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멈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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