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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36주년 창간기획Ⅱ]<1>원격의료, 인류 보편가치·산업육성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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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간 논란을 거듭해 온 원격의료가 현 정부에서도 규제개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추진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만성질환 관리, 보건의료 공공·보편성 강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 등에 배치된다. 의료전달체계 정립, 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도 원격의료 허용 목소리가 높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기존 환자 관리는 물론 잠재적 환자 예방이 중요하다.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은 꾸준한 관리와 예방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는 환자 모니터링은 물론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이다.

1차 의료기관 중심 원격의료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의료전달체계 재정립과 환자 편의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진료 영역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는 마중물 역할도 가능하다. 환자-의사를 연결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각종 건강관리 서비스는 원격의료 생태계를 형성한다. 미래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원격의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원격청진부터 수술까지…원격의료 다양성

원격의료는 환자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ICT를 활용해 의료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대면 진료 환경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환자 편의성,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 원격 진료, 상담, 교육 등 다양한 범위를 포괄한다.

가장 일반화된 원격의료 형태는 환자·의사, 의사·의사가 원격영상시스템을 이용해 진료를 보거나 의학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영상회의 시스템, 환자 정보 전송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환자 정보를 단순 전송하는 형태에서 발전돼 원격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 인터치헬스는 디지털 청진기를 활용해 의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청진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디지털 청진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돼 의사가 환자 상태를 원격에서 실시간 확인한다. 환자가 가정에서 병원을 찾지 않고도 현 상태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한편 의사가 외부에서 중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미국에서는 1000개가 넘는 병원이 사용한다.

원격 커뮤니케이션 도구도 주목받는다. 미국 병원에서는 의사 90% 이상이 환자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영상회의 솔루션을 활용한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의사와 커뮤니케이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의료 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간단한 앱을 구동해 자신의 증상을 시스템에 올리면 지역 전문의와 연결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환자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진솔하게 증상을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의료진은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하기 위해 성실히 답변한다. 환자 의료진 선택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의사 간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진료 영역을 넘어 수술까지 원격 바람이 분다. 원격로봇 수술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원격의료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최근 로봇수술 의료기기가 발전, 특정 질병을 대상으로 확산되면서 원격의료 한 축으로 부상했다.

로봇 수술은 집도의가 환자 신체를 직접 절개하지 않고 원격에서 현미경을 보면서 조작한다. 로봇이 집도의 팔이 돼 수술한다. 의사와 컨트롤 콘솔, 로봇 팔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원격 기술로 정의된다. 장시간 수술, 감염 우려, 긴 회복 시간 등 개복 수술 한계를 해소한다. 최소침습과 정교한 수술이 요구되는 영역에 활용된다. 비뇨기과, 산부인과가 대표적이다.

◇빅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접목, 원격의료의 진화

원격의료 수요가 높은 곳은 만성질환 관리다. 노인성 만성질환 환자 70% 이상이 3개 이상 복합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노인성 만성질환 수가 10% 줄면 최대 1조원 의료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원격의료에 기반한 만성질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국가 차원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빅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 복합질환 여부, 소득, 성별, 생활습관 등 다양한 정보 분석이 요구된다. 원격의료는 빅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중요하다. 우선 원격 모니터링 기반 실시간 분석 서비스가 가능하다. 환자 생체 정보와 혈당, 혈압 정보를 앱에 업로드하고, 의사가 모니터링하는 체계다. 환자가 제공한 정보로 원격의료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의료진은 정해진 시간대에 환자 정보를 확인해 소견을 남기고, 환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을 추적 관리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환자 연령, 질병군에 따른 통계 분석과 처방받는 약의 양과 발생 가능한 부작용까지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환자-의사 간 의료행위라는 1차적 효용성을 넘어 중간에 헬스케어 기업이 참여해 산업으로 성장한다. 실제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는 진료, 상담에 기반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의학적 지식과 소견을 전달하지만, 행동 변화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서비스는 기업이 제공한다. 기업이 환자 생체정보, 질환 정보를 수집해 의사에게 전달하거나 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결자 역할도 가능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0년 2340억달러(약 260조6500억원)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정부도 새 먹거리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점찍었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가 금지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원격의료를 축으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이 접목될 경우 융합 시장 잠재력은 엄청나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원격의료는 4차 산업혁명 대표기술을 하나로 연결할 핵심 영역”이라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 씨앗으로 활용해 국민 보건 증진과 산업성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표2.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규모(자료: 스태디스티카)>

전자신문

만성질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 전략(자료: 한국형 원격의료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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