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 김정은, 비핵화 한발 물러섰지만 '단서'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트럼프, '평양공동선언문'에 긍정적 반응

[더팩트ㅣ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핵무기' '비핵화' 등을 넣어 서명했다. 합의문 내용 가운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핵심 의제로 꼽히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진전된 내용이 담긴 것이다.

합의문에 따르면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여기서 '전문가들의 참관'과 '영구적 폐기'라는 표현은 부분적으로 국제사회의 핵 폐기 검증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바랐던 미국 측의 수용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교착 상태였던 북미관계 회복을 위해 김 위원장이 한발 물러섰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평양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아가기로 확약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우리 겨레 모두에게 아주 기쁘고 고마운 일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멀지 않았다. 남과 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비핵화의 최종 달성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이번 합의로 한반도 비핵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중재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합의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선언문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며 "매우 흥분된다"고 밝혔다. 북미관계의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향후 2차 북미회담이 추진될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을 서명한 뒤 가진 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달 말 문 대통령도 뉴욕 유엔총회에서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구체적 핵폐기 의지를 전달하고 북미대화 가능성을 촉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정상 기자회견 뒤 브리핑을 통해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러한 논의의 결과를 토대로 내주 초 뉴욕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도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들에 관해서 양 정상 간의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관적으로 전망하기엔 걸림돌이 남아 있다. 북한이 진전된 비핵화 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것을 미국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평양선언문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추가 핵시설의 영구적인 폐기를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이나 종전선언 등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의 이행을 줄곧 요구해왔던 미국의 입장과 다시 상충하는 부분인 만큼 다시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미국은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 의사를 재차 천명하면서 대북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