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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평일 외출 한 달 "10명 중 7명은 PC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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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커피숍->PC방' 루트 생겨···접경지역 특성 반영

"후임·고참 관계 개선, 계속 시행됐으면"

뉴스1

지난 17일 강원 화천군의 한 PC방에서 외출 나온 사병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 News1 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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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뉴스1) 홍성우 기자,하중천 기자 = 지난 17일 오후 7시 강원 화천군 화천읍의 한 PC방. 평일 저녁임에도 군복차림의 군인들이 PC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 시간대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지만 이젠 평일 저녁시간대 PC방은 군인들의 아지트가 됐다. 지난달 20일부터 ‘일과 후 평일 외출’이 시범 운영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찾은 총 120석 규모의 로하스 PC방은 이용좌석의 절반 이상이 군복차림이었다. 이병부터 병장까지 계급이 다양했다. 밥버거나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면서 게임을 하는 군인도 보였다.

이 PC방 사장 연모씨(40)는 “원래 외부 음식 반입 금지였지만 사병들의 편의를 위해 외부 음식을 반입해 먹어도 된다”며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등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즐기다 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손님이 없어 ‘주말 장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접경지역의 PC방이 ‘일과 후 평일 외출’ 덕에 수혜를 누리는 곳 중 한 곳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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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일과 후 외출 나온 사병들 © News1 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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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취재진이 평일 오후 6~8시 화천공영터미널 인근 PC방 5곳을 돌아본 결과, 5곳 모두 군인들이 보였다.

외출 나온 서기안 상병(28)은 “원래 게임을 안했지만 화천에서는 할 게 없다보니 게임을 하게 됐다”며 “10명 중에 7~8명은 PC방을 가는 것 같다. 오늘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PC방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출 사병들은 부대를 오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략 3시간 정도를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이 PC방을 필수 코스처럼 들르는 것이다.

일과 후 군인들이 몰리면서 PC방은 피크 시간대(평일 오후 6시~8시30분)가 형성됐고 PC방 업주들은 ‘군인 맞이’에 분주했다.

이런 현상은 또 다른 접경지역인 철원·양구·인제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다만, 외출 사병들이 한 PC방에 몰리지 않고 인근 PC방으로 나눠 가다보니 업주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철원군 와수리 한 PC방 업주는 “체감상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다”며 “적게는 3~4명, 많게는 40명 단체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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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읍의 한 중식집에서 '일과 후 평일 외출'을 나온 사병들이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지난 8월20일부터 시작된 ‘일과 후 평일 외출’은 10월31일까지 시범운영을 거친 뒤 연말까지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2018.9.14/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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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후 외출’이 시행된 지 한 달 정도 되자 ‘음식점->커피숍->PC방’으로 이어지는 루트가 생겨났다. 커피숍과 PC방은 기호에 따라 빠지기도 하지만 커피숍보다 PC방 이용 사병들이 훨씬 많다. 이런 루트는 지역이 좁고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인 접경지역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저녁은 부대 안에서 못 먹는 곱창, 삼겹살, 감자탕, 치킨, 피자 등으로 해결한다.

윤선 일병(21)은 “영화보기에도 시간이 맞지 않고, 그렇다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제대로 된 목욕탕 하나 없다”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적은 비용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PC방을 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철원, 화천, 양구, 인제 등 접경지역에서는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사병들이 외출을 나온다. 이들이 한 번 외출 때 쓰는 돈은 교통비, 식비, 오락비 등을 모두 포함해 2만~2만5000원이다.

지자체는 업주 대상으로 친절 서비스 교육은 물론, 시설 개선작업을 통해 ‘군심 잡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화천군 관계자는 “장병들이 만족도 높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이끌어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10월 31일까지 육·해·공군 13개 부대를 대상으로 ‘일과 후 평일 외출’을 시범운영하고 연말까지 합리적인 방안을 정립할 예정이다.

윤 일병은 “한 달에 한번 나가는 외출은 저녁 시간 전에는 복귀를 해야 하는데, 평일 외출은 해가 지고도 부대 밖에 있으니 느낌이 새롭다”며 “후임, 고참과 관계가 좋아지는 것 같아 평일 외출이 계속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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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강원 화천군의 한 편의점에서 일과 후 외출나온 사병들이 물건을 사고있다. © News1 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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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읍의 한 프랜차이즈점에서 '일과 후 평일 외출'을 나온 사병들이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기위해 주문하고 있다. 지난 8월20일부터 시작된 ‘일과 후 평일 외출’은 10월31일까지 시범운영을 거친 뒤 연말까지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2018.9.14/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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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w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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