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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뛰는 도둑 위에 나는 드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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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중구 에스원 본사. 한 직원이 컴퓨터 모니터에 에스원의 인재개발원 지도를 띄웠다. 인재개발원은 서울에서 85㎞ 떨어진 충남 천안에 있다. 직원이 컴퓨터 모니터에서 인재개발원 지도 위에 순찰 지점을 지정하고, 높이 '50m', 속도 '초속 5m' 등 원하는 값을 입력하자 인재개발원에 있던 드론이 떠올랐다. 입력한 값대로 50m 떠오른 뒤, 초속 5m 속도로 순찰하기 시작했다. 드론이 움직이면서 찍는 영상은 서울에 있는 컴퓨터 화면으로 실시간 전송됐다. 에스원의 지능형 영상감시솔루션(SVMS)은 이 영상을 분석해 침입자나 화재 발생 등 이상 유무를 감지했다. 국내 최대 보안 회사인 에스원은 이날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에스원 솔루션페어 2018'을 열고 드론과 접목한 보안 서비스를 포함한 40여 개의 보안 솔루션을 선보였다.

"보안용 드론… 뛰는 도둑 위에 나는 드론 있다"

그동안 항공 촬영, 살충제 살포, 배송 서비스 등에 주로 쓰였던 드론이 보안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2020년 드론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1270억달러(약 14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 보안 분야는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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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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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도 앞다퉈 보안용 드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 세콤은 2015년 절도 등 의심스러운 침입 차량이나 침입자를 쫓는 경비 전용 드론(플라잉 시큐리티 로봇)을 개발·출시했다. 이 드론은 사전에 입력해 놓은 차량이나 인물 정보 외에 의심스러운 차량이나 사람이 발견되면 즉시 차량 종류와 차량 번호를 촬영해 관제센터에 알려주고 추격하도록 개발됐다. 최근에는 교도소를 경비하는 드론도 나왔다. 교도소 부지 안을 자동 설정된 비행 경로대로 순회하며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와이파이를 통해 관제센터로 전송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 선플라워 랩스는 2016년 주택경비 드론을 내놓았다. 집주변에 설치된 별도의 센서가 침입자를 감지하면 집주인에게 경고 메시지가 발송되고 정원에 대기 중인 드론을 이륙시키는 방식이다. 드론에 장착된 두 대의 카메라로 수집된 영상은 집주인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독일의 드론 기업 스카이센스는 실내 경비를 맡는 드론을 개발했다. 사전 프로그래밍된 경로를 따라 순찰하며 관제센터로 영상을 전송한다. CCTV를 활용한 보안 시스템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 경비드론을 활용하면 사각지대를 최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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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에스원 솔루션페어 2018’에서 참석자들이 보안용 드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작은 사진). 큰 사진은 LG유플러스가 드론 관제 시스템을 시연하는 모습. /에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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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민간 드론 시장은 매년 50% 급성장하고 있다. 2017년 시장 규모는 54억위안(약 9000억원), 올해는 81억위안(1조300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보안용 드론 시장 역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기술 한계와 규제 등 해결 과제도

보안용 드론이 실제 생활에 들어오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드론의 비행시간. 현재 기술로는 비행시간이 길어야 30분에 불과하다. 기체를 대형화하고 기존 전기 배터리에서 가솔린 기관을 활용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드론의 장점인 세밀하고 신속한 작동성이 떨어진다. 비행시간이 짧다 보니 운행 거리도 짧다. 드론을 배송에 활용하는 물류 회사는 운행 거리를 5㎞ 내외로 설정하고 있다. 감시를 위해 장시간 비행이 필요한 보안 드론으로서는 약점이다. 프로펠러를 이용하다 보니 바람에 취약한 것도 문제다. 야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적인 강풍에 속수무책이다. 국내 규제도 걸림돌이다. 국내 항공안전법은 야간 비행과 드론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조종하는 비가시권 비행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윤기 에스원 융합보안연구소 소장은 "최근 보안 업계에서는 기상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 연(kite) 원리를 이용한 제품과 드론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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