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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호가 낮춘 매물에도 매수 문의 뚝…‘눈치 게임’ 한 달 이상 계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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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대책 이후 시장 동향

강남 일부선 실거주 요건 못 채운 1주택자들 서둘러 매도

강북은 추석 지나야 반응 올 듯…주택공급 확대 대책 변수

경향신문

18일 서울의 한 종합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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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합니다.”

18일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서울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첫마디는 한결같았다. 이달 초만 해도 하루가 다르게 호가를 높이던 매도자들은 숨을 죽이고 있으며, ‘매물이 있냐’고 빗발치던 매수 문의도 뚝 끊겼다. 호가를 소폭 낮춘 매물이 하나둘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 강남에서 호가 하락 매물 등장

호가를 낮춘 매물의 대부분은 강남권에서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단기 급등한 데다 9·13대책이 주로 ‘똘똘한 한 채’를 집중 겨냥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경우 17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이 단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가가 19억원까지 치솟았던 곳으로, 최근 실거래가는 18억5000만원이었다. 인근 ㄱ공인중개사는 “저층인 데다 내부 상태가 안 좋아 집주인이 호가를 내린 매물”이라며 “그런데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매수인들이 선뜻 달려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리센츠 아파트도 호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ㄴ공인중개사는 “18억원 하던 전용면적 84㎡의 호가가 5000만원 빠져 나왔다”며 “꼭짓점에서 팔려고 하다가 타이밍을 놓친 매물로, 이 매도자도 ‘더 이상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9·13대책으로 추격 매수세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현재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아니라 대개 1주택자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는 것이다. 기존에는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80%까지 특별공제해줬지만, 앞으로는 2년 이상 실제로 거주를 해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위원은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때문에 쉽게 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신 지방 거주 등의 이유로 실거주 요건을 채울 수 없는 1주택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강북 호가 조정은 추석 이후”

서초구 반포동 ㄷ공인중개사는 “9·13대책 직후에도 매수하겠다고 나선 분이 있다”며 “그런데 매도자가 이걸 팔고 다른 걸 사야 하는데 이렇다할 매물을 찾지 못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자산가 입장에서는 1년에 집값이 몇 억원 오르는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 ㄹ공인중개사는 “9·13대책을 보고 팔지 안 팔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던 매도인이 있는데 아직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 급할 게 없는 것”이라며 “원래 10월부터 1월까지는 매수 수요가 큰 때라, 매도자가 호가를 낮출지는 추석 이후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북지역에서는 아직 호가 조정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강남에서 호가 하락이 시작된 이상 추석 연휴 이후 강북지역에도 같은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노원구 중계동 ㅂ공인중개사는 “추석 지나면 호가 하락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쪽은 정책이나 여론에 민감하지만 다른 지역의 반응을 좇는 곳이라 강남과 보름 정도 시차를 두고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보기’가 한 달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21일 발표하는 주택공급 확산 대책과 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투자 심리가 상당히 좌우될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테이터 랩장은 “매물이 이전보다는 나오고 있지만 호가를 크게 조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국내 금리 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딘 데다 9·13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종부세법 개정안 등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해 한동안 거래 소강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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