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지표로 집값 잡는데 부담도 느껴
정부가 빠르면 이번주 중 내놓을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는 빼고 추석 연휴 이후에 따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DSR 기준을 정하기 위한 현장점검 등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지표인 DSR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이 집값을 잡는데 쓰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임대사업자대출에도 LTV 규제를 도입하고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 자격에 소득 및 주택보유 기준을 적용하는 금융 대책은 부동산 종합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출 규제의 핵심은 DSR 규제 강화인데 금융감독원의 현장점검 결과를 분석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DSR 규제 강화 방안은 발표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 은행권 DSR 운영 현황 현장점검...결과 분석까지 시간 필요
DSR은 대출 신청자에 대해 금융회사에서 빌린 모든 빚을 합쳐서 갚을 능력이 되는지 따지는 제도다. 개인이 1년 동안 모든 종류의 대출 원금 중 갚아야 하는 금액과 이자를 더해서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 DSR이다. 은행권은 올해 3월부터 가계대출에 DSR을 적용하고 있는데 10월 이후에는 금융당국이 정해주는 기준에 맞춰서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한다.
현재 은행권은 자율적으로 100% 정도를 고DSR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8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은행권의 DSR 운영 현황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현장점검 결과를 분석해서 적정 수준의 DSR 규제 강화 방안을 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할지 현장점검 결과를 분석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DSR 규제 강화 방안은 아무리 빨라도 추석 이후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대책과 DSR을 중심으로 한 대출 규제 방안은 따로 발표할 수밖에 없다. 세제를 건드려야 하는 부동산 대책과 달리 대출 규제 방안은 금융당국이 결정하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라 무리해서 발표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없다는 설명도 있다.
◇ "DSR은 금융회사 건전성 지표"...부동산 대책과 선긋기
고DSR 기준도 느슨한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고DSR 기준을 80% 수준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은행권에서는 80%로 결정되면 규제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50%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이럴 경우 실수요자가 받는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DSR이 40~50% 수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은 없다"며 "DSR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걸 중요하게 보고 있지 DSR을 통해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거나 급격한 대출거절 등 시장에 충격을 주려는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강화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규제가 집값 잡기에 쓰이면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해 DSR 규제 도입을 발표했을 때 금융위는 DSR을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간접적인 감독지표'라고 못 박았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DSR을 개별대출에 대한 획일적인 대출 상한으로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되고 1년도 되지 않아 DSR이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언급되자 금융당국이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부동산 경기 과열을 잡기 위해 시장에 시그널을 줘야하는데, 금융위 몫으로 대출규제 부분을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난해부터 둔화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분할상환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가계신용증가율은 2015년 10.9%에서 2016년 11.6%, 지난해 8.1%로 낮아졌다. 은행기준 주담대 분할상환비중은 2013년 15.9%에서 지난해 44.5%로, 고정금리 비율은 2013년 18.7%에서 49.8%로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 방안을 부동산 대책에 함께 포함하면 마치 손쉬운 대출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김형민 기자(kal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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