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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나라 밖 뉴스 기록하는 '방송국의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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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밤늦게 퇴근할 때나 새벽이면 방송국 로비에서 어김없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새벽부터 누구일까?" 의문이 들었고, 앉는 자리를 알고 난 후에도 한참을 "무슨 일 하는 분이지?" 궁금했다. 바로 '외신 모니터 요원'이다.

우리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지구는 잠들지 않고 다양한 뉴스를 쏟아낸다. 이 뉴스들은 각 나라의 방송이나 통신사를 통해 끊임없이 방송국으로 수신되는데 '외신 모니터 요원'들은 이 해외 뉴스를 기자나 PD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일본을 강타한 태풍 '제비'나 홋카이도 지진 관련 소식을 전할 때 차량이 바람에 날아가는 장면이나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되는 영상이 언제 어디로 수신됐는지 외신 모니터 요원들이 꼼꼼히 기록해 제작할 때 빠르게 찾아 쓸 수 있게 해 놓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업무가 '정리'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주요 장면의 설명을 붙여 놓거나, 인터뷰가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 요약을 해 놓는다. 글자나 사진 몇 컷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제작진에겐 친절한 조력자인 셈이다. 이런 업무의 중요도 때문에 외신 모니터는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주요 국가 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사용어를 실수 없이 번역해 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분류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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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나라 정세상 꼭 필요한 모니터 요원이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를 모니터하는 '북한 모니터 요원'이다. 김정은 위원장 동향 보도는 보편적으로 오후 3시쯤 나온다. 최근 우리 대북 특사단 면담 영상도 오후 3시에 공개됐다. 하지만 중요한 성명 발표는 예고 없이 방송될 때가 더 많다. 이 때문에 북한 모니터 요원들은 평소엔 외신처럼 조선중앙TV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다가 기습 발표가 있을 때는 특보 등의 제작에 쓰일 수 있도록 기민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나라 밖 뉴스의 창(窓)으로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니터 요원들. 이들이 '매의 눈'으로 정리해 놓는 수많은 자료가 오늘도 숨 가쁘게 제작되는 시사 프로그램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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