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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매경이 만난 사람] `시민이 시장인 인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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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최근 남동구 인천시청사 1층 중앙홀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플래카드 앞에서 임기 내 구상하고 있는 시의 발전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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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인천광역시장(60)은 민선 7기 광역단체장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광역버스 출퇴근 대란 위기가 시작이었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업체 6곳이 광역노선 운행을 포기하겠다는 폐선신고서를 냈다. 그러자 박 시장은 "폐선신고를 수리하고 시가 직접 광역버스를 운영하겠다"고 밝혔고, 버스업체들은 폐선신고를 자진 철회했다. 박 시장의 강공책이 출퇴근 대란을 막은 것이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동공단 화재도 초보 시장에게는 어려운 숙제였다.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진행형'이다. 물론 인천 시민들은 이번에도 30년간 중앙부처·청와대·국회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박 시장다운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 시장은 인터뷰 내내 "공정·소통·혁신으로 인천의 가치를 키우고 시민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라며 "시민이 시장인 인천특별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정치적 스승'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은 박 시장의 집무실 한편에 걸려 있다. 박 시장의 '시민이 시장인 인천'이라는 구상이 공언(空言)일 수 없는 이유다.

―인천의 정체성을 위한 우선순위는.

▷인천은 서울, 경기도와 수도권으로 묶여 같은 취급을 받는다. 인천은 서울시에 비해 모든 면이 열악하다. 하지만 인천은 공항과 항만이란 거대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금까지는 복합리조트, 외자 유치 중심으로 활성화가 논의됐지만 앞으로는 인천공항 중심의 '공항경제권역'을 지정해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복합리조트는 물론 인천항공정비(MRO)단지 조성, 항공·전장부품 등 첨단산업·물류단지 조성, 항공산업 교육훈련센터 설립, 항공우주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추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양도시란 특성도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지금 인천항에 크루즈가 들어오고 있지만 인천항에 내려 모두 서울로 간다. 그만큼 인천에 보여줄 게 없다는 뜻이다. 인천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강화도 등 연계 요소가 많다.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고민하겠다.

―남북 교류와 경제협력 분야에서 인천의 역할은.

▷공항과 항만, 경제자유구역 등을 보유한 인천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그동안 안보문제로 강점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했다. 이제는 남북 평화 바람을 타고 인천이 남북 사업을 주도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경제 중심 도시로 우뚝 서야 한다. 이미 서해평화협력청 설치, 유엔 평화사무국 송도 유치 등 조직 부문과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등 경제 부문, 영종~신도~강화 연도교 등 교통 부문, 인천~개성 간 고려 역사문화 복원 등 문화 부문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강화일반산업단지가 최근 본격 가동돼 7000여 명의 고용 창출과 5767억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또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조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땅길·바닷길·하늘길 연결을 위해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발맞춰 인천을 남북 평화협력 시대의 중심, 동북아 평화·경제의 중심으로 만들겠다.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은 문 대통령의 인천지역 공약이었고,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현재 청와대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남북 평화협력 시대가 도래하면 인천공항은 중국 베이징공항을 대체하고, 북한 남포항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물량을 인천항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도심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천은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단편적으로 주차장을 만들고, 공공시설을 늘린다고 해서 도시가 재생되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이 정말 살 만한 곳이구나,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중교통 이용이 쉽고, 문화·예술도 쉽게 즐기는 등 신체적·심리적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우선 원도심 재생 사업 부서를 확대하고, 정무부시장을 균형발전부시장으로 명명해 원도심 재생을 책임지도록 했다. 시장 직속 도시재생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역별로 현장소통센터, 마을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할 것이다.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 연계해 5년간 20개소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지난달 31일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옹진군 백령 심청이 마을 등 인천 5곳을 선정했다).

청년 창업, 복합문화, 대학·상권 등 각 지역 생태계를 되살리는 맞춤형 원도심 혁신지구를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으로 추진하려 한다. 원주민이 다시 돌아오고, 일자리가 생기고, 주민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신혼부부, 청년, 장애인, 1인 가구 등을 위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도 임기 내 2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내항재개발 사업, 부평 미군기지 이전과 같은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주민 의사를 충분히 수렴해 추진하겠다.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송도는 외국투자기업 80여 개를 포함해 235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유엔 기구, 녹색기후기금(GCF), 세계은행 등 15개 국제기구가 소재한 글로벌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바이오·헬스케어·자동차·항공기업이 모여 4차 산업의 꽃을 피우며,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와 청라, 영종의 연간 수출액은 약 20조6000억원으로 인천 전체 수출 중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신도시가 눈부시게 발전하며, 원도심의 공동화가 가속됐다. 외국인 4000여 명을 포함해 32만여 명이 송도에 거주한다.

인천이 동북아의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원도심과 신도시의 상생 발전이 필수다. 원도심별 특색에 맞는 맞춤형 개발과 함께 원도심의 강점과 신도시를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도와 남동공단을 잇는 '비멕(B―MeC·Bio―Medical engineering―Creative) 벨트' 조성이 대표적이다.

인천경제청은 송도와 청라, 영종을 세계적인 경제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출범 후 첫 조직 개편에서 투자유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본청 투자유치과의 일부 업무를 인천경제청으로 이관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기업과 국제기구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이자 4차 산업의 선도기지로 거듭날 것이다. 글로벌 캠퍼스를 확장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을 갖추고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겠다. 영종 복합리조트 사업, 청라 쇼핑허브 조성도 차질 없이 진행해 세계적인 문화·레저 허브로 키우겠다.

―다른 데서 보면 인천은 부러운 도시다.

매일경제

▷인천은 공항, 항만 등 좋은 인프라스트럭처를 가졌지만 수출기업은 1만개가 안된다. 노후 산업단지도 문제다. 중소제조업이 많다. 특히 인천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어 지역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이나 항만·공항 권역은 대기업의 신증설이 제한되고, 강화·옹진군은 수도권에 포함돼 세제 감면 혜택이 없고 개발 제한도 많아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규제프리존 법제화가 진행되면서 수도권이 제외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지역 국회의원과 공동 협력해 규제프리존특구에 경제자유구역이 포함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에게도 협조를 구했다. 향후 경제자유구역뿐 아니라 접경지역인 강화·옹진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도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도 지방정부는 '산업정책은 내 것이 아니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운영하듯, 시장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은 위원들과 만나 기업, 노동, 공공, 복지 등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다.

―교통망 확충을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인천시민 중 3분의 1이 출퇴근길에서 1시간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침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천 내부순환 교통체계를 개선하고, 광역교통망을 확충해 시민의 삶을 바꾸겠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과 홍대입구역을 화곡~작전~가정~청라까지 직접 연결해 인천에서 서울까지 10분대 시대를 열겠다. 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송도~마석)의 차질 없는 추진과 서울 구로~남동~연수~인천역으로 이어지는 제2 경인선 건설을 통해 교통특별시 인천을 만들겠다.

아울러 광역교통망을 비롯한 수도권 공동의 대중교통 문제 해소를 위해 지난 7월 나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모여 '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조만간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추진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선정과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 변경 반영 등 행정절차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 착공을 뺀 사전 단계는 최대한 임기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매립지 논란, 수도권 단체장 머리 맞대 풀겠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이슈 여전하다.

▷기존 인천시·서울시·경기도·환경부의 4자 합의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필요하다면 재협의할 것이다. 계속 적자인 매립지 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는 것보다 토지 소유권 이양이 우리 시에 유리하다. 매립 종료 시점을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그러려면 일단 다른 지자체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7월 수도권 단체장 회담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상설협의체 구성 논의가 나온 만큼,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의체가 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수도권 매립지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 해법을 찾겠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지사, 그리고 저까지 모두 더불어민주당인 만큼 이 기회를 살려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협조해 여러 현안을 해결하겠다.

―전임 시장이 신청사 계획을 내놨는데.

▷신청사 건립, 루원시티 개발, 원도심 사업은 개별 사업이 아닌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사항이다. 이전 대상 기관 선정, 새로운 기관 추가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추진하려 한다. 루원시티 제2 청사 건립은 루원시티 개발 사업의 활성화와 서북부권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세대 송도캠퍼스에 대한 퍼주기 식에 제동을 걸었다.

▷연세대는 2006년 협약 당시 글로벌캠퍼스 조성 1단계 사업으로 송도에 캠퍼스·병원·교육연구시설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12년이 지나도록 허허벌판에 캠퍼스만 짓고 병원은 착공조차 하지 않았다. 시민의 우려와 특혜 시비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시정부가 연세대에 2차 사업용지를 조성 원가에 또다시 매각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앞으로 '세브란스병원 건립' '사이언스파크 조성' 등 기존에 연세대가 약속한 1·2단계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구체적인 추진 성과를 단계별로 점검할 계획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1958년 인천시 출생 △제물포고 졸업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영국 웨일스대 국제운송학 석사 △행정고시 24회 △1996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실 행정관 △2002년 국립해양조사원장 △2005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2007년 청와대 인사수석 △2012~2018년 19·20대 국회의원 △2018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2018년 민선 7기 인천광역시장

[만난 사람 = 김경도 전국취재부장 / 인천 = 지홍구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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