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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방탄은 안되고 손흥민은 되고…병역특례 전면검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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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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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축구와 야구 국가대표팀이 병역특례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이 제도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야구대표팀은 선수 구성 때부터 '병역 면제 맞춤형'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 상황이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이다. 생긴 지 45년이나 된 병역특례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는 주장은 사실 계속 나왔다.

잊을 만하면 다시 제기되는 논란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부상한 배경에는 병역 미필인 축구선수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과 야구선수 오지환(28·LG 트윈스)·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의 비교되는 사례가 자리 잡고 있다. '인맥 엔트리' 비판을 받던 축구대표팀은 실력으로 의심을 거둔 반면 오지환 등은 끝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무임승차론'을 뒤집지 못했기 때문이다.

축구대표팀의 병역특례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야구대표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이유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귀국하는 3일 양쪽 분위기도 달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오전 7시 15분께 착륙할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30여 분 지연됐지만 공항에 모인 축구팬은 줄어들지 않았다.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낸 9시께는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을 정도다. 주장으로 팀을 이끈 손흥민은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고 우승할 수 있게 돼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반면 축구대표팀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입국한 야구대표팀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를 의식한 듯 플래카드와 환영 행사를 준비하는 대신 간단한 단체 사진과 꽃다발 증정을 끝으로 일정을 마쳤다. 선수들 역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들어오는 대신 침묵을 지켰고, 입국장에 모여든 팬들도 축구팬과 비교해 현저히 적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우승을 이끈 에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금메달을 땄는데도 좋지 않은 얘기가 나올까 걱정했다. 한편으로는 우승을 못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무서운 상상을 하기도 했다"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숨기지 않았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오지환은 취재진 질문에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라고 반복하며 자리를 떠났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병역특례(체육·예술요원 편입)를 받은 사람은 42명이다. 이 가운데 축구 선수는 20명, 야구 선수는 9명이다. 이들은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고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34개월을 종사하면 된다. 이 기간 544시간의 특기 봉사활동도 마쳐야 한다. 다만, 국외 활동 선수는 그 절반의 봉사 시간만 채우면 된다.

병역특례 대상에 대중예술인과 기능올림픽 입상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빌보드 200' 정상을 차지하면서 K팝 역사를 새로 쓴 그룹 방탄소년단도 국위 선양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병역특례 대상이라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중 맏형인 진(김석진)은 손흥민과 동갑인 1992년생이다.

국회 국방위원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군 면제를 해달라는 얘기가 있어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살펴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기찬수 병무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국방부는 수 시간 뒤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병무청의 원론적 입장일 뿐 현재 체육·예술요원 제도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앞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일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추후 공론화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이 단일 경기 성적만이 아니라 다른 국제대회 성적까지 마일리지와 같은 방식으로 정립해 일정 기준이 되는 선수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두원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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