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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고DSR' 기준 놓고 금융당국 고심..."실효성 높이려면 80%보다 낮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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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고DSR 대출 비중도 차등화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어느 정도로 강화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 80%를 기준점으로 얼마나 더 강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해서는 50%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중에 위험 대출로 인식되는 고(高)DSR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르면 추석 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이 고DSR 기준을 정하는대로 '여신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10월부터 은행들의 대출심사에 강화된 방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DSR은 대출 신청자에 대해 금융회사에서 빌린 모든 빚을 합쳐서 갚을 능력이 되는지 따지는 제도다.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대출 원금과 이자를 더해서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 DSR이다. 예컨대 연 소득이 4000만원인 사람이 1년 동안 대출 원금과 이자로 갚아야 할 돈이 4000만원이라면 DSR은 100%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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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고DSR 기준을 이달 중에 결정할 계획이다. /조선DB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DSR을 도입했다. 이후 은행권이 올해 3월부터 가계대출에 DSR을 적용하고 있고, 10월부터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DSR을 제일 먼저 도입한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기준을 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위험 대출인 고DSR 기준을 100%로 정했는데, 금융당국은 이 기준이 너무 높아서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고DSR 기준을 넘은 경우도 본점 심사를 통해서 대출을 허용해주는 등 DSR 규제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고DSR 기준을 100%보다 낮출 계획이다. 논의의 출발선은 80%다. 지난해 DSR 규제가 도입됐을 때 은행권은 '여신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위험 대출 기준을 80%로 정한 적이 있다. 당시 가이드라인은 "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의 표준 DSR이 80%를 초과하는 경우 리스크 관리 등에 활용한다"고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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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와 DSR의 대출부담 비교. 빨간 테두리 안이 차주의 대출부담. /금융연구원



표준 DSR은 차주가 보유한 총대출액의 평균 만기까지 분할상환이 된다는 가정하에 상환 금액을 계산하는 방식인데, 올해 3월 은행권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표준 DSR이 아닌 1년 만기 기준으로 계산하는 실질 DSR을 사용하게 됐고, 80%의 위험 대출 기준도 가이드라인에서 삭제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표준 DSR과 실질 DSR은 계산 방법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은행들도 80%를 위험 대출로 인식한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DSR 기준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놓고서는 금융당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80%보다 낮추면 대출 거절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대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40~50%를 고DSR 기준으로 본다"며 "80~100% 수준으로는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금융당국은 대출자가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대출 부담을 지지 않도록 '상환 능력평가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는데 여기서는 고DSR 기준을 43%로 본다. 몇몇 금융회사는 가이드라인보다 강화한 30%대의 고DSR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에서는 고DSR 기준과 함께 대출 비중을 조절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금융회사의 대출 총액에서 고DSR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금융회사나 업권별로 차등화해서 적용하는 방식이다. 고DSR이 금융회사의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 20% 등으로 차등화하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은 실무진에서 여러가지 기준을 놓고 장단점을 비교하는 단계"라며 "이르면 추석 전, 늦어도 9월말에는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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