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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한달 남은 육아휴직 뭘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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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복직 전 남은 한 달간 무엇을 하면 후회가 남지 않을까, 오늘도 고민해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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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59] 첫째 치과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충치 치료를 11월 이후로 미루는 대신 불소 도포를 하며 중간 점검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전액 환자가 부담해 온 비급여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술이 11월부터 보험급여 대상으로 바뀐다.)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를 잠시 데리고 나와 치과에 갔다. 의사는 11월엔 예약이 꽉 찬 데다 충치가 악화될 우려도 있다며 치료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아이는 의사의 지시에 잘 따르며 울지 않고 잘 견뎠다.

곧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플 테지만 충치 치료로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집에 가서 시간을 때우다 밥을 먹은 후 어린이집에 보내려다 예술의 전당으로 차를 돌렸다. 외출한 김에 둘이 전시회를 보고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 좋겠다 싶었다. 복직을 한 달 앞두니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했다. 회사에 가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하기로 했다.

지인 인스타그램에서 전시회 정보를 얻어 자신이 있었다. '에르베 튈레 색색깔깔전'이다.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어 보는 것 이상의 기쁨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집에서 물감놀이 한 번 해주지 못한 엄마의 죄책감을 이번 기회에 씻어내도 좋다는 듯,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평일 낮에 예술의 전당에 가기는 처음이었는데 주차장이 한산했다.

첫째와 손잡고 로비에 들어섰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켓 창구에 직원이 한두 명밖에 없었다. 직원 머리 위 알림판의 '정기휴관'이라는 빨간 글자만이 우리를 반겼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휴관일이었던 것이다. 첫째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전시회도 밥 먹고 쉬는 거냐'고 반문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예술의 전당 내 음식점들도 대부분 휴업했다. 모처럼 아들과 둘만의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동네에 눈여겨봐둔 스파게티 집으로 자리를 옮겨 크림파스타를 나눠먹었다. 빵이 더 먹고 싶다고 해 빵집에 들른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줬다. 워킹맘이었다면 해주지 못했을 소소한 일탈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육아휴직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가계에 숨통이 트일 것 같아 다행이면서도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엄마만 기다릴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다짐했는데 과연 나는 얼마나 지켰을까.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셋이 에버랜드도 가고, 친정엄마 찬스로 첫째와 단둘이 롯데월드도 갔지만 아직도 아쉬운 게 많다. 다만 아이들이 매일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놀도록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일년 동안 잘 지켰다. 복직 전 남은 한 달간 무엇을 하면 후회가 남지 않을까, 오늘도 고민해본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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