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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알쏭달쏭 부동산 법률상담] 전세 재계약때 `변경계약` 체결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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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임대기간 만료일이 다가와 재계약을 할 시점이 됐다. 이때 집주인과 세입자는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써야 할까?

만약 보증금을 높여서 재계약하기로 했다면 계약서를 써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변경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점이다.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쓰면 세입자가 기존 임대차계약서에 받았던 확정일자 효력이 기존 임대차 만료 시점에 소멸하고 재계약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취급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기존 임대차계약 효력은 그대로 둔 채 보증금을 얼마에서 얼마로 증액한다는 내용의 변경 계약을 체결해야만 기존 확정일자 효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변경계약서에도 재계약 개시 전까지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그 경우 증액분에 대해서는 재계약 개시 시점부터 확정일자 효력이 발생한다.

다음 사례를 보자. 세입자 A가 집주인 B와 임대보증금 5억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A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은 날까지는 선순위 권리가 없었는데, 임대 기간 도중에 B가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A와 B는 임대 기간 만료 시점에 임대보증금을 6억원으로 증액했다. 이 사례에서 A와 B가 임대 기간 만료 시점에 임대차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면 6억원 전체가 근저당권보다 후순위가 돼버린다. 반면, A와 B가 기존 임대차의 효력을 유지한 채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면 6억원 중 5억원은 첫 번째 근저당권보다 선순위가 된다.

변경 계약서에는 첫째, 임대보증금 증액분이다. 기존 5억원에서 1억원 증액해서 6억원으로 한다는 내용이 필요하다. 둘째는 기존 임대차계약은 임대보증금과 임대 기간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이 변경 계약서 핵심 조항이다. 셋째, 임차인이 증액분을 임대 기간 개시 전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기존 계약이 임대 기간 만료일에 종료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항목도 필요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 기간 만료일 1개월 전까지 재계약 또는 임대 기간 종료를 통지하지 않는 때에는 임대차가 자동 갱신되는 것으로 보는 조항이 있는데, 이 조항이 적용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변경 계약은 기존 임대보증금에 대한 세입자의 권리와 임대 기간 도중 근저당권을 취득한 권리자와 우선순위를 가늠할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임대 기간 도중 근저당권을 취득한 권리자는 자신이 세입자보다 우선해서 권리를 회수하기 위해 변경 계약 효력을 다툴 게 틀림없다. 이 때문에 변경 계약은 그럴 여지가 없도록 제목부터 내용까지 정교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

보증금과 월세를 포함한 계약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하며 임대차를 갱신하기로 했다면 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다. 그대로 두면 임대 기간을 2년으로 해서 자동 갱신되니, 임대 기간을 다르게 정하는 경우에만 변경 계약서를 쓰면 된다. 임대 기간을 다르게 정한 경우가 아니면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게 오히려 현명하다. 기존 임대보증금의 우선순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다. 집주인도 더 불리할 게 없다. 후순위 권리자도 어차피 기존 임대보증금보다 후순위임을 인지한 채 권리를 설정했을 것이니 더 불리할 게 없다.

어설프게 재계약을 체결했다가는 자칫 후순위 권리자가 "기존 확정일자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며 순위를 바꾸려 시도할 빌미를 줄 수 있다.

[공승배 트러스트 부동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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