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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매경이 만난 사람] 5년만에 韓경제 재경고 조너선 웨츨 맥킨지글로벌硏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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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너선 웨츨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소장이 지난 20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조너선 웨츨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소장은 지난 2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경제에 가장 시급한 것은 '생산성 제고'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않고 나랏돈만 투입했다간 어느 순간 재정 고갈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도한 규제, 고비용 구조, 부족한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가정신을 구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웨츨 소장은 20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18 이천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맥킨지는 2013년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를 '서서히 물이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냄비 탈출 해법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제시했다. 5년이 지난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나.

▷개구리는 여전히 물이 서서히 끓고 있는 냄비 속에 갇혀 있다. 물의 온도는 5년 전보다 더 올라갔다. 우리가 생산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경쟁력과 잠재성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생산성은 공급 측면의 개념이다. 공급 측 핵심 지표가 생산성, 인구증가율, 저축률이다. 그런데 한국 상황을 보면 인구는 고령화돼 있고, 저축률은 낮고, 부채 수준은 높다. 이제 생산성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생산성은 꾸준히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50%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회는 많았지만 (생산성) 성장은 없었다. 냄비 속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상태다. (탈출을 위해선) 근육을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 끓고 있는 물이 식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 정부는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 소득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내수를 부양하는 것은 괜찮다. 내수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소득을 올리고 더 많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해 내수를 부양하려고 한다. 문제는 생산성을 올리지 않고 내수를 부양하게 되면 어느 순간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 한국은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들은 왜 품질이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지 등 직접 들어보면 이유 중 하나가 비용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술이다.

―한국 기업의 생산성을 평가하자면.

▷사실 한국에서 생산성 향상은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크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규제는 여전히 많고, 다양한 비용이 경쟁국보다 높고, 제품 연구를 위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누가 하더라도 한국에서 기업가정신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중소기업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 노동, 에너지, 토지 같은 비용이 중소기업에는 정말 부담스럽다. 어떻게 중소기업을 도와야 하나? (정부가 많이 활용하는) 금융, 대출, 보조금 같은 정책은 해법이 아니다. 해법은 중소기업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에게 더 나은 공급망 관리를 하도록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규제를 제거하고 R&D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핵심은 기술이다. 기술이 중소기업으로 하여금 더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어떤 국면에 있다고 판단되는가. 최근 경기 하강과 회복론 사이의 논쟁도 있었다.

▷당장 위기까지는 아니다. 현재 부채 수준이 과거 위기에서 보여줬던 수준보다 훨씬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이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외부적 요인이 있었다. 예컨대 무역전쟁이 그것이다. 무역전쟁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그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안고 싶어 하느냐다. 중국은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미국 회사들은 세계화된 경제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양쪽이 모두 새로운 상황을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할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지식재산권, 근로자의 이동, 환경 등에 대한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전까지 무역전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경협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았던 곳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수요 충격(demand shock)'이 발생할 것이다. 사람들은 북한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다. 다만 사람들은 북한을 바꿔야 한다. 만일 북한이 원래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개방돼 변화한다면 사람들은 북한에 시장제도를 도입할 수 있고, 그러면 큰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이 기회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즉 저임금 노동력, 천연자원 등 50년 전 아프리카 시장을 개방할 때 했던 방식은 안 된다. 그것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기회는 많지만 전제조건은 '시장경제'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

―북한이 시장경제로 전환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

▷우리는 특정한 시점이나 통일에 대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여러 나라의 통일을 경험했다. 어떤 통일은 빨랐고, 어떤 통일은 늦었다. 준비를 해야 한다. 조건이 맞을 때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더 낫다. 그러나 우리는 조건이 언제 맞을지 알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中, 기업 뛰놀게 내버려두고 만에 하나 문제 생기면 규제

―중국이 세계적인 디지털 국가로 부상 중이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의 40%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중국의 모바일 결제는 미국보다 11배 더 많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자주 언급하는 '대중의 기업가정신(mass entrepreneurship)'이 중국의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열쇠다. 예를 들어 내가 만일 미국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전자결제 시스템을 갖추려면, 애플페이를 선택하고 근거리무선통신(NFC) 장치를 사야 한다. 여기에 약 300달러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중국에선 QR코드만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놓으면 그걸로 끝이다. 애플페이와 똑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 누구든 QR코드를 스캔하고, 돈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 비용은 제로다. 팁을 받는 호텔 도어맨도 장갑에 QR코드를 붙여놨다.

―중국이 디지털 경제를 이룬 이유는 관련 규제가 철폐됐기 때문인가.

▷중국의 규제 방식은 결과를 규제하는 것이지 서비스를 규제하지 않는다. 즉, 문제가 발생하면 규제한다. 예컨대 아이디 도용, 화폐 위조 등이 일어났을 때 규제하고 처벌하게 된다. 초기 단계에서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일이다. 중국의 접근법은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사람들이 불평하기 시작한다면 그때 가서 조치를 취한다.

―이 같은 규제 방식이 한국에도 적용돼야 할까.

▷중국식 규제 방식을 한국에도 적용해야 한다. 한국이 경제혁신을 달성하고 싶다면 혁신이 일어나도록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 동시에 혁신의 결과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의 디지털이나 인공지능(AI) 수준을 평가하면 어떤 수준인가.

▷과거 한국은 통신망이 가장 발달돼 있고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발전한 디지털 사회였다. 그러나 한국은 선진국만큼 AI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 산업계에서, 특히 중소기업에서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이것은 다시 생산성의 문제로 돌아간다. 어떻게 하면 소규모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로 하여금 제조 과정에 AI를 활용하도록 할 수 있을까. 유통업체들은 매장에서 어떻게 AI를 활용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동대문 쇼핑몰 같은 경우를 보면 디지털화가 별로 안돼 있다.

―중국이 디지털 경제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경제 전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경제는 중국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5000년 역사 동안 매우 안정적이었다. 나는 중국이 잘못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중국이 지난 30~40년 동안 이룬 성과를 똑같이 달성할 것이냐다. 성장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생산성, 저축 그리고 수요다. 중국은 생산성, 저축률, 수요 이 모든 것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가 불안정해 보이는 이유는 중국이 시장경제이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미래를 바꿀 기술이라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기계류다.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인터넷, 클라우드, 자동화를 뜻하는 디지털이다. 셋째, 에너지다. 에너지 저장 기술과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다. 넷째, 나노 기술이나 유전자학 등을 의미하는 기초단위(building block) 기술이다. 우리는 이 네 가지가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의료 쪽에서도 AI를 사용하는 의사가 그렇지 않은 의사보다 더 훌륭한 의사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15~39% 일자리가 자동화 덕분에 사라지는 동시에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로 창출되는 일자리와 사라지는 일자리 수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별로 비용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고임금·고비용 국가는 자동화가 더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경제적인 이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자동화가 인도보다 더 빨리 이뤄질 것이다. 한국의 비용구조가 더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소는 노동시장의 수급 상황이다. 즉, 공급이 더 많으면 자동화를 덜 하게 된다.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조너선 웨츨 소장은…
△1965년 출생 △1984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정치학 학사 △1985년 맥킨지&컴퍼니 입사 △1987년 남캘리포니아대 정치학 박사 △1996년 맥킨지 파트너 △2001년 맥킨지 시니어파트너 △2003년 '세계 경제의 큰손 중국을 경영하라' 출간 △2011년 어번차이나 이니셔티브 공동의장 △2013년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소장 △2015년 '미래의 속도' 출간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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