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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혼란만 더해진' 베네수엘라…국민들 "빨리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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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함없고 물가만 상승시킬 것"

230만명 생활고 이유로 '국외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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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르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액면가가 절하된 새로운 통화를 소개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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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베네수엘라가 하이퍼(超)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예고했던대로 20일(현지시간) '0'을 다섯 개나 줄인 디노미네이션(통화 액면가 절하)된 통화를 시중에 풀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과 국민들은 이런 정책으로는 경제가 정상화할 수 없다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한 국외 탈출 속도가 가속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새로운 통화의 발행을 두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대부분의 상점과 기업들까지 새 화폐 시스템 준비를 위해 문을 닫았다. 이는 마치 베네수엘라 전체가 마비된 듯 보이게 했다.

호세 모레노(71)라는 시민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은행이 문을 닫아서 현금지급기를 찾을 수 없다"며 "돈도 없고, 전기도 없고, 물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불평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17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볼리바르화의 액면가를 96% 절하한 '볼리바르 소베리토'란 이름의 새 통화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통화는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 '페트로'(petro)에 연동된다. 1페트로(약 60달러)는 3600볼리바르 소베라노로 책정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디노미네이션과 함께 최저임금도 300만 볼리바르에서 1800만 볼리바르로 60배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 인상이다. 그러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화 가치를 적용할 경우 약 34배 인상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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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새로운 통화 '볼리바르 소베리토'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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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바닥난 재정과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제재, 만기가 돌아올 대외채권의 채무불이행 등을 우려하며 이번 경제개혁안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상공인연합회인 페데카마라스의 카를로스 라라자발 회장은 이번 조치가 경제적 불안정성만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라카스의 컨설팅 업체 이코노메트리카의 임원 헨켈 가르시아는 "이번 조치는 미친 짓"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들도 이번 조치에 대해 회의적이긴 마찬가지다. 노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모든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고 물가만 계속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현재 연간 물가상승률이 8만%를 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말까지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이 100만%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하이퍼 인플레이션 하에서 고작 몇 달러에 불과하는 최저임금을 받아서는 치킨과 같은 단순한 음식도 살 수 없으며 국민들은 쓰레기통을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50만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해외로 빠져 나갔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월부터 현재까지 경제난으로 국외로 나간 베네수엘라 국민들만 230만명에 달한다. 이는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많은 이주 규모다.

나르바에즈(43)라는 시민은 "마두로 대통령의 생각은 논리적이지 않다. 이번 정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 확신한다"며 "오는 22일 떠날 비행편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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