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법원, 성이슈 시대변화에 둔감
전문가 “불신이 큰 사회적 비용될 것”
잇따른 여성 집회는 수사와 사법기관 불신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는 약 7000명(주최측 추산)의 인원 모여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성범죄자를 비호하는 사법부도 공범”이라는 구호까지 외쳤다.
당초 이 집회의 출발인 1차 집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시위는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영장실질심사 당시 경찰이 포토라인을 설치했다는 논란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포토라인을 설치한 적이 없으며, 이동 과정에서 언론에 포착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포토라인 설치 논란에서 시작된 불길은 워마드 운영자 체포영장-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가 나오면서 경찰뿐 아니라 사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 셈이다.
이와 관련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시대변화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진단도 내외부에서 나온다. 익명을 원한 경찰 관계자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경찰 내부의 젠더 감수성이 사회 변화에 부응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명숙 변호사(법무법인 나우리)는 “안 전 지사의 무죄 선고와 관련해서는 우리 사법부가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성범죄와 관련해 피해자를 우선시하는 변화가 사회적으로도 일어나고 있는데, 사법부가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립적 증거나 진술로 수사를 해야 하는데 남성대 여성이라는 프레임대 프레임으로 수사를 바라보면 수사기관이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이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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