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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레이더M] 향후 10년 가를 금융사 M&A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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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인 2000년대 초반 금융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신한은행은 선택의 기로에 빠졌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금융지주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선 인수·합병(M&A)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우선 옛 굿모닝증권과 교보생명이 M&A 물망에 올랐다. 은행과 합병을 통한 금융지주사 도약을 추진하던 교보생명은 1998년 외환위기 파고를 무사히 넘긴 우량 보험사라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합병 비용도 불과 1조원 안팎이 거론될 정도로 쌌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선택은 굿모닝증권이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도약하기 위해선 증권업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2002년 새로 출범한 신한금융은 같은 해 8000억원을 주고 굿모닝증권을 인수했으며, 이는 현재 신한금융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 지난해 교보생명의 영업이익은 1조원에 육박하는 반면 같은 기간 신한금융투자 영업이익은 2500억원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지주의 새 먹거리이자 글로벌투자은행(GIB)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시점에선 아쉬운 대목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ING생명 인수를 위한 막판 협상에 나서며 또다시 리딩 금융지주 자리 탈환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ING생명은 KB금융지주 소속일 뻔했다. 2012년 KB금융은 2조2000억원에 ING생명 지분 100% 인수를 추진하다가 이사회 반대에 직면해 이를 접었다. 당시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를 두고두고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KB금융은 ING생명 인수 불발을 딛고 옛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옛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잇달아 인수하며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M&A 결과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한 셈이다.

내년도 금융사 M&A 전쟁 '태풍의 눈'은 우리은행이다.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비은행 부문 사업을 팔며 손발이 잘리는 아픔을 겪었던 우리은행은 내년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뒤 비은행 부문 강화에 본격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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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역시 M&A를 통한 성장 과정을 거쳐 새로운 금융 패권을 노리고 있다. 옛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한 미래에셋대우는 향후 인허가 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혁신 금융상품인 종합투자계좌(IMA)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한편 IB 등 수익원 다각화를 통해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고 있다. IMF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번의 파고를 넘긴 금융사들이 향후 M&A를 통해 새롭게 변모할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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