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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20일 금강산서 이산가족 상봉] "북에 있을때 귀했던 양갱, 딸한테 주려고 사왔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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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이산가족 속초집결


파이낸셜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한 남측 최고령자인 백성규 할아버지(101)가 대한적십자사 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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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서울=공동취재단 강중모 기자】 "생각지도 않게 만나게 됐는데 무엇인들 주고 싶지 않겠어요?"

북쪽 가족들에게 주기 위해 초코파이와 사탕, 속옷, 운동화, 방한복 등 선물보따리를 4개나 바리바리 챙겨온 함성찬 할아버지(93)의 부인 김형애씨는 이같이 말했다. 동생과 제수씨를 만나는 함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이) 꿈만 같다"면서 쇠약한 기력에도 불구하고 연신 미소를 지었다.

19일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한 이산가족들의 얼굴은 상봉에 대한 기대감에 대체로 밝았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이곳에서 숙박을 하며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인 20일부터 본격적인 상봉에 들어간다.

함 할아버지 가족 외에도 한화리조트에는 마치 이민가방을 연상시키는 대형가방에 영양제와 과자, 방한복, 시계 등 생필품을 대량으로 준비한 가족들이 많았다. 분단 이후 70년이 지났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에 제대로 입고 먹지 못하는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만큼은 여전했다.

어머니에게 피란 일주일 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영영 이별을 하게 된 유관식 할아버지(89)는 이번에 만날 딸과 사촌에게 줄 과자와 옷으로 선물보따리를 가득 채웠다. 유 할아버지의 아들은 "아버지가 북한에 있을 때는 양갱 같은 것이 없어서 가져다주고 싶어서 직접 넣으셨고, 자명종시계와 건전지도 한 박스 넣었다"고 설명했다.

고령으로 부모나 형제를 만나지 못하고 북측에 남은 조카와 친척들을 만나는 이산가족도 많았다. 이병주 할아버지(90)는 "형님은 살아계셨으면 100살이 넘으셨을 것"이라면서 "헤어졌을 당시 기어다닐 정도로 어렸던 조카를 만나 죽지 않고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겠다"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한편 속초 한화리조트에서는 이산가족들을 위해 각종 서비스가 제공됐다. 딜라이트보청기는 고령자가 많은 이산가족을 위해 1억원 상당의 보청기를 기증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보청기 사용을 못하다가 급하게 신청을 하는 가족들이 많았다. 구호림 딜라이트보청기 대표는 "이산가족 숙소에서 청력검사를 한 뒤 보청기를 끼워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북한에서 사용할 달러를 이산가족들이 편하게 환전할 수 있도록 숙소 로비 왼쪽에 임시 환전소를 차렸다. 전원길 우리은행 계장은 "금강산은 아무 때나 갈 수 없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더 설레고 기대감이 높은 것 같다"면서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이산가족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직원 입장에서 봐도 울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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