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이준석 “돈 많은 백수들이 유리한 정치, 바꾸겠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8월 9일 당대표에 출마하며 “윗세대가 강조하는 경험과 연륜을 쌓아봤지만 앞으로 쌓고 싶지 않은 경륜, 하지 않았으면 좋을 경험이 많았다”고 말한 것과 비슷했다. 바른미래당은 9월 2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 최종 4인을 선발한다.

▲공직후보자 적성평가 ▲비례대표 토론 토너먼트 ▲중앙당 산하 여성위원회·청년위원회·장애인위원회 해체. 이 전 위원장이 당대표 공약으로 내건 세 가지다. 공약의 배경에 대해 그는 “지금 정치구조에서는 돈 많은 ‘반 백수’들이 유리하다”며 “공정하게 제도를 만들면 더 다양한 사람들이 중앙정치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13일 바른미래당 당사에서 이 전 위원장을 만났다.

-출마선언문이 셌다.

“못할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경험과 경륜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는 지금 정치에 대한 평가를 보면 된다. 당 지도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낙선을 이끈 사람들이 지금 와서 자기들이 잘했다고 이야기하면 염치가 없다.”

-당대표 공약으로 세 가지 개혁안을 내놨다. 공직후보자 적성평가에 대해 ‘줄 세우기’라는 비판이 있다.

“오해다. 시험이 아니라 과락 기준을 잡겠다는 것이다. 50점과 60점 중에 60점에게 공천을 주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40점은 공천을 못 준다. 공무원 시험에 언어능력, 그래프 해석 능력, 헌법 등의 과목이 있다. 이 정도는 알아야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거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의원마다 특성이나 기반이 다른데, 적성평가가 가능할까.

“지금은 국회의원이 각 분야에서 스토리가 좋은 사람들에게 주는 일종의 훈장, 명예처럼 돼 있다. 그분들이 훌륭한 건 맞다. 하지만 스토리만으로는 안 된다. 능력은 필수조건이다. 비정규직 당사자가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카르텔을 깰 능력이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위원회 폐지는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정치지형에서 여성·청년·장애인 위원회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일종의 ‘분리수거 조직’이 돼버렸다. 이들을 그 조직에 가둬두는 역할이다. 청년이 정당에 오면 자연스럽게 청년위원회로 간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여기서 비례대표 한 자리 받는 게 청년정치, 여성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진다. 이 사람들이 대표성을 띠는지도 모르겠다. 당에 대한 헌신을 기반으로 직책이나 공천을 주는데, 생활인들은 당에 헌신하기 쉽지 않다. 돈 있는 ‘반 백수’ 비슷한 사람들이 유리하다.”

-위원회를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그래서 적성검사를 하고 토론 배틀을 해야 한다. 토론 배틀이 여성에게 불리한 운동장이 아니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봐라. 여성이 더 잘한다. 분리수거 조직이나 쿼터를 없애고 공정하게 평가한다면 지금보다 청년·여성·장애인 정치인이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 고학력, 정치금수저 이미지다.

“중앙정치 무대로 바로 갔다는 점에서 금수저 이미지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상계동에서 태어나 살았고 유학도 국비장학생으로 갔다 왔다. 노원병에서 출마를 하는 이유는 제 존재 이유를 거기서 보기 때문이다. 저는 상계동에서 태어나 하버드까지 갔다. 지금은 그게 안 되는 구조다. 교육 제도 등 복합적인 문제인데, 그걸 풀고 싶다.”

-출마선언문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바른정당 창당에 60명가량이 동의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33명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33명이면 변화를 만들기 충분한 숫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3명이 빠져나가고 또 11명이 빠져나갔다. 5~6년 동안 가지고 있던 동지의식이 다 무너졌다.”

-두 번의 낙선도 힘들었을 거 같은데.

“누가 제게 ‘두 번 낙선한 정치낭인’이라고 하더라. 사실 저는 당선되려면 벌써 됐다. 비례대표 제안도 받았고 새누리당에서는 목동, 용산, 강동, 노원 중에 고르라고 했다. 용산이나 목동이었다면 편했을 것이다. 당선되기 위해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당선만을 목표로 정치하는 건 아니다. 저를 놀리는 사람들 논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로 반박하고 싶다. 노 전 대통령이 그 이력을 가지고 서울 강북에서 출마했으면 한 번도 낙선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우리가 아는 그 노무현의 모습이었겠나. 어떤 목표를 가지고 왜 정치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석은 왜 정치를 하나.

“책임 있는 보수세력을 만들고 싶다. 원래 보수정당은 ‘능력은 있지만 부패하다’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능력도 없고 부패하다’는 이미지가 됐다. 진박공천이 되면서 도덕성은 물론이고 능력마저 없다는 걸 전국민에게 보여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게 보수이미지를 저급으로 만든 거다. 일베(일간베스트)나 태극기 집회가 대표적이다. 자기들이 살려고 극우세력을 등장시켰다. 능력 있고 도덕성도 갖춘 대쪽 같은 보수, 그걸 실현해보고 싶다.”

-자유한국당이 보수 이미지를 점하고 있는데 바른미래당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한국당은 다음 총선을 기점으로 해체될 것이다. 지금 국면을 넘을 유연성이 없다. 정치는 사람으로 보여주는 거다. 바른미래당은 다음 총선에서 250명 가까운 지역구 후보를 내야 한다. 어떤 절차를 거쳐서 어떤 사람들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경쟁’을 화두로 띄워야 한다.”

-당대표가 된다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결합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왜 결합을 못했을까?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 정책 차이는 크게 없다. 공천 과정에서 망한 거다. 화합을 위해서는 다른 거 다 필요없고 당 지도부가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과정에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다시는 지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손학규 전 대표도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는데?

“손 전 대표의 ‘저녁이 있는 삶’ 같은 정책은 좋다. ‘중도’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분이다. 그러나 정치행보는 당황스럽다. 학자 타입의 정치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이긴 하지만, 기회가 적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

-왜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어야 하나.

“모두가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당을 확 바꿀 수 있는 공약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 지난 7~8년 동안 여러 정당, 그리고 여러 위치에 있어봤다. 정치인들이 개혁을 주저하는 큰 이유가 ‘적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마음 때문이더라. 저는 그런 게 없다. 당이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당원구조가 취약하고 꼰대스러움도 적다.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글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사진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