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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발자취] 노래로 인종차별 항의한 '20세기 최고의 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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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수 어리사 프랭클린 별세

그래미 수상 18회, 빌보드 112곡… 성량·표현력 갖춘 압도적 음악가

'20세기 최고의 가수'로 추앙받던 미국 흑인 가수 어리사 프랭클린(76)이 16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자택에서 췌장암으로 숨졌다. 2011년 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꾸준히 라이브 무대에 서 왔던 그녀는 올해 초 모든 공연을 취소한 뒤 호스피스 치료를 받아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그녀가 노래할 때마다 우리는 신의 자비를 느낄 수 있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녀의 음악은 수많은 사람에게 환희를 줬으며 다음 세대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랭클린은 10세 때 '가스펠의 여왕' 마할리아 잭슨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성가대에서 가스펠을 부르며 성장했다. 14세에 첫 음반 녹음을 했으며 16세부터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집회에서 노래를 불렀던 그는 1968년 암살된 킹 목사의 장례식에서도 추모곡을 불렀다.

'솔(Soul)의 여왕'으로 불린 프랭클린은 광활한 음역대와 정확한 음정, 뛰어난 표현력으로 같은 시대에 활동한 모든 가수를 제친 압도적 음악가였다.

그래미상을 18번이나 받았고 1987년 여자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2008년 미국 음악 잡지 '롤링 스톤'이 발표한 '사상 최고의 가수 100명'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레이 찰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R&B 차트 1위에 20곡을 올린 것을 비롯해 총 112곡을 빌보드 차트에 올려 이 차트에 가장 많이 등장한 여성 뮤지션으로 기록됐다. 엘튼 존이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꼽을 만큼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이기도 했다.

1998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오페라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른 일은 프랭클린의 가창력을 상징한다. 이날 원래 노래하기로 했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몸이 안 좋다며 갑자기 불참하자 시상식 관계자들은 공연 15분 전 프랭클린에게 이 노래를 대신 불러 줄 것을 청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무대에 올라간 프랭클린은 테너 성악가가 부를 원곡 반주와 코러스에 맞춰 완벽하게 아리아를 불러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음악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해 미국서 열린 '디바 라이브' 공연에서는 머라이어 캐리와 셀린 디옹, 캐럴 킹 등 당대 최고의 여가수들이 프랭클린의 고음과 성량에 압도당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랭클린은 노래로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항의한 상징적 인물이기도 했다. 흑인과 여성의 인권을 노래한 '리스펙트(Respect)'는 그녀의 대표곡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이 밖에도 '내추럴 우먼(A Natural Woman)' '스패니시 할렘(Spanish Harlem)' 등이 널리 알려진 히트곡이다.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퀸시 존스는 "프랭클린은 12세 때부터 이미 모든 여가수의 기준이었다"며 "리리(프랭클린의 애칭), 넌 영원히 여왕으로 군림할 거야"라고 추모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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