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살린 도시, 현장을 가다]
카타르 교육특구 에듀케이션시티와 아랍조사정책연구원
미국과 유럽 명문대 8곳의 대표적인 전공과목 캠퍼스를 유치한 교육·연구특구 에듀케이션시티는 사막 위에서 ‘세계 교육 허브’의 꿈을 키우고 있다(위 사진). ‘아랍여론지수’를 발표하는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은 중동의 대표적인 인문 사회과학 분야 연구 기관이다. 도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중동의 작은 반도 국가 카타르는 1990년대 중반 세계의 교육 지식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 찬 국가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세계 3위 천연가스 보유국인 카타르는 ‘가스 머니’를 교육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을 통한 세계 허브 전략을 이끄는 카타르재단(QF)은 비영리재단으로 현 국왕의 어머니 무자 빈트 나시르 왕대비가 QF의 이사장을 맡고 있어 카타르가 QF에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칼리파 알 쿠바이시 QF 홍보팀장은 “이미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에선 카타르란 나라가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교육을 가장 많이 떠올린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 허브 카타르’라는 국가 브랜드가 더욱 강하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미국과 유럽 명문대 8개 유치
고층 건물이 가득한 카타르 수도 도하 도심 서쪽의 교육·연구 특구인 ‘에듀케이션시티(Education City)’는 카타르의 교육, 특히 대학 교육에 대한 관심과 비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물로 꼽힌다. 당장 눈에 보이는 ‘부(富)’를 생산하기보다 국격을 높이고 고급 인재를 길러내는 ‘미래의 성장 동력’이다.
14일 찾은 에듀케이션시티에는 QF 본부 건물을 중심으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갈색, 흰색 벽돌 건물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건물들 사이로는 넓은 잔디밭과 공원도 조성돼 있었다. 중동의 사막 국가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미국과 유럽의 한 대학에 온 듯한 분위기였다.
에듀케이션시티는 20년 만에 미국과 유럽 명문대 8개 캠퍼스를 유치했다. 카타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대학의 일부이기도 한 것이다. 1998년 에듀케이션시티에 버지니아 커먼웰스대(디자인, 미술, 예술사)가 처음으로 들어온 뒤 조지타운대(국제관계학), 노스웨스턴대(언론학), 카네기멜런대(경영학, 컴퓨터과학, 생명과학, 정보시스템학), 코넬대(의학), 텍사스A&M대(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기컴퓨터공학, 석유공학)까지 미국 대학 6개가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에선 프랑스 파리고등상업학교(HEC파리) 경영대학원과 영국 런던대(UCL) 대학원(도서관학, 박물관학)이 이곳에 진출했다. 카타르의 종합대학인 하마드 빈 칼리파대(HBKU)도 2010년 이곳에 설립됐다.
QF 측은 미국과 유럽의 명문대, 특히 이들 대학을 대표하는 전공 과정의 캠퍼스를 유치한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없다고 강조한다. 카타르 정부의 ‘세계 교육 허브’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파격적인 지원이 사막을 세계의 교육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동 지역 우수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각 대학의 의지도 작용했다. ‘세계 교육 허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에듀케이션시티 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국적은 66개다.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 학생도 늘고 있다.
이곳에서 카네기멜런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강민경 씨는 “에듀케이션시티의 대학 졸업생들은 카타르 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다양한 글로벌 기업, 언론사,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학생들 사이에선 ‘우리가 중동의 최고 엘리트다’란 자부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 대학 통해 중장기 산업구조 다변화도 모색
최근에는 대표 국립대인 카타르대가 있는 도하 도심 북쪽도 또 다른 대학 교육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카타르대가 지속적으로 시설 확장에 나서는 데다 중동 지역의 유명 싱크탱크인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는 도하인스티튜트(DI) 등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ACRPS는 중동 이슈 분석 보고서와 함께 아랍국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여론조사 결과인 ‘아랍여론지수’를 2011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 덕분에 에듀케이션시티와 더불어 카타르의 지식 허브 이미지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나 엘 쿠르드 ACRPS 연구위원은 “아랍여론지수는 중동지역 내 연구기관이 직접 개발해 진행하는 여론조사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아랍권의 정책 결정자들과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이 중요한 정책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중동 국가로는 드물게 해외와 자국 대학들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향후 산업구조를 다양하게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 경제에서 가스와 석유 의존도는 낮추고, 과학기술과 지식산업 비중은 높이는 데 대학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타르 정부와 QF가 대학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뿐 아니라 연구 실적 향상과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2009년 문을 연 연구개발 및 창업 기관인 ‘카타르 과학기술 파크(QSTP)’는 중동 산유국에서는 드물게 청년층의 기술 기반 창업을 지원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QSTP에는 약 8억 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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