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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뉴스 투데이] 40대 취업자도 최대폭 감소…'허리' 꺾인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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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최악 ‘고용 쇼크’/ 2017년 동월比 14만7000명 줄어 / 30대 취업자 증가폭 ‘-’ 행진 / 50대·60대 이상은 채용 늘어 / 최저임금發 고용악화 현실화 / 정부 긴급 경제현안간담회 / 최저임금 영향 인정 의견도

한국 경제의 고용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40대 취업자는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하게 줄어들었다.

세계일보

한 중년의 구직자가 청년,군인, 학생들이 대부분인 구직자들 사이에서 취업 서류를 정성스럽게 작성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정부는 ‘상반기에 부진했던 고용상황이 하반기에는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5000명에 그친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고용 참사’ 수준이다. 이미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10만명대 안팎의 취업자 수 증가폭이 이어지면서 ‘고용 충격’ 경고음이 발동됐다. 파급효과가 큰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무제 같은 정책을 거칠게 밀어붙인 것도 고용 악화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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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대목은 한국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 수 감소가 4개월째 이어지고, 고용시장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 취업자 수가 1988년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든 점이다. 더욱이 이 같은 고용 부진 흐름은 좀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징후들이다.

지난 1월 10만6000명 증가했던 제조업 취업자 수는 2월 1만4000명, 3월 1만5000명 증가한 뒤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4월에는 6만8000명이 줄었고, 5월 7만9000명, 6월 12만6000명, 7월 12만7000명으로 감소폭도 커지는 상황이다. 고용 규모가 가장 크고 관련 산업이 많은 제조업의 부진은 도미노처럼 다른 산업에도 파급된다. 자동차와 조선 구조조정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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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휴가 중 복귀 김동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 관련 긴급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가계 경제를 책임지는 4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7000명이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8월 15만2000명이 줄어든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통계청은 대부분 도소매업, 숙박업, 제조업 등에서 임시직 위주로 많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30대 취업자 수 증가폭 역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1월 1만4000명 줄었던 30대 취업자 수 감소폭은 7월 9만1000명으로 늘었다. 반면 취업자 수 증가를 이끌고 있는 것은 50대와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50대 취업자는 4만명, 60대 이상 취업자는 25만1000명이 증가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30, 40대 젊은 취업자는 줄어들고 중장년층 취업자가 늘어난 셈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17일 “2008년에는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취업자 수 증가폭 감소를 용인할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우리 경제가 세계 경기와 다르게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며 “경기 요인이 가장 크고 인구 증가폭 둔화, 자동화 설비 확대 등 구조적 측면도 기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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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 7월 고용지표가 금융위기 수준까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 17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위수여식을 마친 졸업생들이 취업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비용 충격이 가해지면서 고용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우려되는 점은 청년층 취업 문제가 중장년층까지 확대되면서 노동시장이 붕괴하는 정도에 가까워질 정도로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긴급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주력산업 고용 창출력 저하, 자동화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구조조정, 자영업 업황 부진 등 경기 요인이 고용 부진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기획재정부는 간담회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도 일부 업종·계층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며 그 영향 정도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휴가를 낸 상태였으나 고용동향을 보고받고는 즉시 복귀해 간담회를 소집했다. 간담회에는 관계 장관들은 물론 청와대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윤종원 경제수석도 참석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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