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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김정은 "北 제재는 강도적 봉쇄" 거칠게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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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지구를 시찰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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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한 가운데 북한 정권 1·2인자들이 대북제재를 강력 비판하고 우방과의 '반미연대'를 과시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평양에서의 미·북 고위급 담판을 앞두고 대미 공세 수위를 높여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 이전에 제재 완화나 종전선언 중 한 가지라도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지구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관광산업 발전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거친 어조로 성토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원산 관광지구 건설과 같은 방대한 창조대전은 강도적인 제재 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 보려는 적대 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고 당의 권위를 옹위하기 위한 결사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거친 언사를 써 가며 대북제재를 헐뜯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자신들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 등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연일 산업시설 시찰을 이어가며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북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종전선언의 채택은 시대의 요구'라는 제목의 정세해설을 싣고 미국 측에 종전선언 채택을 촉구했다.

신문은 "미국은 종전을 선언하는 데서 마땅한 책임과 의무감을 지니고 있다"며 "미국이 종전선언의 채택을 외면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평양의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사회주의 '맹방' 쿠바로 날아가 우호·친선 관계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일(현지시간) 현지 국영통신사인 '프렌사 라티나' 등은 최 부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이 쿠바를 방문해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최 부위원장의 쿠바 방문은 지난달 북한의 '외교총책'인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방문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뤄졌다.

최 부위원장이 미국의 코앞에 있는 핵심 우호 국가인 쿠바를 방문한 것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이달 초 리용호 외무상이 핵 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파기 미후 미국과의 관계가 경색된 이란을 방문해 '반미연대' 외교를 펼친 것과 결이 비슷하다.

반면 미국은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해 귀추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미·북 관계는 매우 좋아 보인다"며 북한과의 협상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더 밝은 미래로 이끄는 길에 관해 그들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진전을 계속 이뤄 가고 있으며, 너무 늦기 전에 '큰 도약(a big step)'을 이뤄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4차 방북 계획을 포함한 미·북 간 실무협상 경과를 각료회의에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한의 최근 조치들이 실질적인 비핵화 행보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조야에서는 대화와 제재·압박 수위를 모두 높이는 이른바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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