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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대입개편안 사실상 제자리...대통령 공약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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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부가 17일 발표한 대입제도 개편방안에 쟁점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정시모집) 비율을 확대했지만 소폭 상승에 그쳤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는 공식적으로 폐기되고 상대평가가 유지됐다. 사실상 현행유지와 가깝다는 점에서 실패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정시비중 30% 확대·수능 상대평가 유지...사실상 현행유지
이번 대입개편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이었던 수능전형 비중은 '30% 이상 권고'로 결론이 났다.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30%가 넘는 대학은 제외된다. 문제는 정시비중이 30% 이하인 대학의 숫자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공론화 과정에서는 수능전형 선발 인원을 전체의 45% 이상으로 정하는 의제1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의제2가 각각 평점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다만, 공론화위는 1위와 2위 평점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육부는 절충점으로 보이는 '30% 이상 권고'를 선택했지만 왜 30%이상이라는 수치를 가지고 왔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2020학년도 기준으로 수능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모두 30% 이하여서 권고 대상이 되는 대학은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가운데 35개(17.7%)다. 이 중 신학대와 예술대 등은 통상 재정지원사업(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교육부의 조치가 효과를 볼만한 대학은 25곳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정시비중이 30%가 넘는 대학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이 효과를 볼 지도 미지수다. 현재 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들이 지원받는 금액은 10~2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대형 사학의 경우 큰 의미가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는 이날 발표를 통해 사실상 백지화됐다. 앞서 국가교육회의는 수능 절대평가를 중장기 과제로 권고했지만 이날 개편안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상당히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과정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정부로 미룬 고교 교육과정 개편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고교학점제' 등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편에도 제동이 걸렸다.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는 입시경쟁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추진됐으며 당초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전면도입을 하려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2022학년도 일부도입, 2025학년도 전면도입으로 미뤄졌다.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는 교과목별 성취수준에 따라 A∼E등급으로 내신 성적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일선 고교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대학이 입학전형을 할 때는 상대평가 방식의 성적을 쓴다. 입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고교 내신 성취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정부는 내신 부담을 줄이고 줄세우기식 평가를 지양한다는 취지로 성취평가제 확대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자칫 자율형사립고나 외국어고를 비롯한 특목고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고 대학 입시에서 내신성적의 변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 그간 도입을 보류해왔다.

교육부는 2019년 고1부터 '진로선택과목'의 경우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로선택과목은 고2∼3 때 수강하는 심화과목이라 실제로 학생들은 2020년 이후부터 절대평가 성적을 받게 된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가 2022년인 것을 감안하면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역시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긴 셈이다.

2022년 전면 도입 예정이었던 고교학점제도 2022년 일부 도입을 거쳐 2025년 전면 도입으로 3년 유예되며 차기 정부의 선택으로 미뤄졌다. 고교학점제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내건 교육 공약 1호로 학생들이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원하는 과목을 이수한 뒤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가 고교현장에 도입돼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도 지금처럼 수능과 내신을 상대평가하는 상황에서는 점수를 잘받기 쉬운 과목으로 학생들이 쏠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교육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정시 30%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수치이며 이는 1년 동안 진행한 여론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모두 무시하고 부정하는 것으로서 국민의 뜻을 짓밟은 독단적 결정이자 폭거"라며 "이 모든 책임을 지고 김상곤 장관은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햇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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