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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고정관념 균열 내는 요즘 것들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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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요즘 것들의 사생활: 결혼 생활 탐구
-요즘 젊은 부부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

이혜민 글, 정현우 사진/900KM·1만5000원


30대 서정민-천민경 부부에게 결혼은 환상도 구속도 아닌 ‘실리’였다. “저희는 사실 꼭 혼인신고를 안 해도 됐어요. 꼭 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대출 때문에 했어요.” 2년 넘게 동거하다 신혼부부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한 지 5개월 된 이 부부는 서류 한 장이 오히려 사랑을 얽매는 것을 경계했다. “부부라니까 의무가 있다거나 서로에게만 충실해야 한다거나,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결혼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혼하면 되잖아요.”

이 책에 나오는 ‘요즘 것들’은 부모나 남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삶이 아닌 ‘우리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실행하는 젊은 부부들이다. 이런 부부 10쌍을 인터뷰한 저자 역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부터 예단·예물·폐백·이바지까지 꽉 짜인 결혼의 세목들이 오히려 사랑을 짓누르자, 산티아고 순례길 900㎞를 걷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했다.

이들이 말하는 남들과 다른 결혼생활을 하려면,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핵심적인 전제조건이다. 흩뿌려둔 축의금도 ‘회수’하지 못하는 ‘작은결혼식’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고, ‘제사 거부’ 선언엔 “장손 노릇 안 한다”는 아버지의 핀잔도 꿋꿋이 이겨내야 한다. ‘가정 내 평등’은 구호가 아닌 실천이다. ‘독박육아’ 대신 철저한 ‘5:5 공동육아’를 생활강령으로 삼기도 하고, 아내의 며느리 노릇으로 부모님께 효도하는 ‘리모콘 효도’를 경계하며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부부도 있다.

부부가 집 없이 끊임없이 여행을 다니며 생활하거나 제주도로 훌쩍 떠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례 등은 다소 현실성 없는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대안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결혼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점철된 장벽에 자잘한 균열을 내는 ‘요즘 것들’의 이야기로 읽힌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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