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산업단지 예정지인 충북 옥천군 옥천읍 서대리 일대를 발굴중인 충북문화재연구원은 16일 “7세기 무렵 신라군이 능선을 따라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산상 군사도로 유구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도로 유구는 해발 150∼160m 정도
인 능선 정상부에서 보였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길이 322m, 폭 5.2∼5.6m, 최대 깊이 90㎝ 규모이다.
조사단은 “유구와 출토유물을 종합판단한 결과 늦어도 7세기 이후 신라가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조성한 군사도로로 판단된다”면서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도로가 왕경인 경주가 아닌 지방에서 확인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도로유구는 경주~대구~김천~대전~공주를 잇는 선상에 있으며, 경부고속도로에서 2㎞ 정도 떨어져 있다.
충북 옥천은 554년 신라가 백제 성왕을 전사시키는 등 백제군 3만명을 몰살시킨 관산성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성왕은 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태자 창(위덕
왕)의 주장을 받아들여 신라와 전투를 벌였다가 참패했다. 이후에도 백제-신라 양국은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였다. 발굴단은 “삼국사기에 언급된 보은·옥천 방면에서 공주에 이르는 군량 운송로인 웅진도의 일부일 수도 있다”며 “정상 부근에 직선에 가깝게 도로를 낸 것을 보면 군수물자를 쉽고 빠르게 운송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토된 유물은 7세기 신라 토기 조각과 고려청자, 조선백자 조각이 다양하다. 백제·신라부터 조선까지 군사상 도로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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