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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페이스북의 로힝야족 증오 게시물 관리 '나아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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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사과 4개월 지났는데도 '로힝야 증오' 게시물 1천여건 방치

일부 게시물은 수년간 그대로…페북 "버마어로 적혀 대응늦어"

연합뉴스

페북 로고 앞에서 휴대전화 보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반군 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지난해 8월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 초소를 습격해 유혈사태를 촉발했다.

이후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한 정부군이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서면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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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어 피란길에 오른 로힝야 난민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미디어(SNS)에는 이슬람교도들이 불교도를 공격할 것이라거나 불교도들이 이슬람교도를 공격할 것이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메시지들이 다수 유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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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난민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메시지는 이슬람교도와 불교도 양측에 분노와 공포를 촉발했지만, 페이스북 측은 한동안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로힝야족 '인종청소' 의혹 실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명한 국제조사단의 마르주키 다루스만 단장과 이양희 당시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페이스북이 증오 발언 확산을 막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그런데도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증오 발언을 감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페이스북은 결국 지난 4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지금 페이스북에는 여전히 로힝야족을 표적으로 삼은 증오 게시물이 1천여 건이나 방치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통신이 지난주 페북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로힝야족이나 다른 이슬람교도를 공격하는 게시물과 이미지, 영상 등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심지어 몇 년째 방치된 것들도 있다.

한 이용자는 로힝야족 음식을 파는 식당 광고 사진과 함께 "히틀러가 유대인과 싸웠듯 우리도 그들과 싸워야 한다. 빌어먹을 칼라(Kalar, 로힝야족을 비하하는 말)"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은 지난 2013년 12월에 등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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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군에 불에 탄 로힝야족 마을과 시장[로이터=연합뉴스]



또 다른 이용자는 미얀마군에서 발행한 로힝야족의 공격 관련 뉴스를 게시하면서 "인간도 아닌 칼라 개들이 우리와 우리의 땅을 파괴한다. 그 종족을 파괴해야 한다"고 썼다. 이 게시물 등록일은 지난해 9월이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땅에 도착한 로힝야족 사진과 함께 "그들에게 불을 질러라. 그러면 더 빨리 알라를 영접할 것"이라는 게시물도 있다.

하지만 이들 게시물이 대부분 버마어로 되어 있어 대응이 늦거나 완전하지 못했다는 게 페이스북 측의 해명이다.

페이스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얀마 내 폭력은 끔찍했지만, 증오 게시물에 대한 우리의 속도는 너무 느렸다. 버마어 사용자를 고용하고 문제 게시물을 걸러내는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현재 60명 선인 버마어 전문가 수를 올해 연말까지 100명 선으로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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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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