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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독립운동가 이상설기념관 건립 난관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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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사업비중 민간 자부담 20%확보 못해

국비 이미 반납, 지방비도 반납할 판

진천군 “규모 줄여 군자체 건립 검토”
한국일보

보재 이상설 선생 기념관 조감도. 부지 확보에 이어 설계까지 마치고도 기념관 사업은 첫 삽을 못 뜨고 있다. 진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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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특사’로 활약한 독립운동가 보재 이상설(1870~1917)선생 기념관 건립 사업이 민간 자부담 비용을 확보하지 못해 벽에 부딪쳤다.

16일 충북 진천군에 따르면 선생의 독립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진천읍 산척리 선생 생가 인근 2만 5,000㎡에 기념관을 건립하는 사업을 2016년부터 본격화했다.

군은 총 87억 7,000만원을 들여 선생 순국 100주년인 지난해에 착공, 올해 연말까지 기념관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이 기념관은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돼 국비 지원 30%, 지방비 50%, 자부담 20%의 사업비로 추진됐다. 이에 따라 국비 26억 3,000만원과 지방비 43억 8,000만원(도비 13억 1,000만원, 군비 30억 7,000만원)을 지난해 이미 확보했다. 그러나 (사)이상설기념사업회가 마련하기로 한 민간 부담금 17억 5,400만원을 확보하지 못해 아직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기념사업회측은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인 모금 활동에 들어가고, 진천지역 시민·사회단체도 ‘군민 1인당 1계좌 갖기 운동’을 벌이는 등 모금을 도왔으나 목표액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기념사업회 이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민간의 힘으로 20%에 달하는 자부담 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민간 자부담 분을 제 때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기념관 건립 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확보했던 정부 예산은 지난해 말 이미 반납했고, 2년 연속 이월시켰던 도비 지원금도 올해 안에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사업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진천군은 기념관 규모를 대폭 줄인 뒤 지방비 만으로 건립하는 대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진천군 관계자는 “국가 현충시설은 법령상 국비 30%, 지방비 50%, 자부담 20% 비율로 추진하도록 돼 있어 민간 부담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관련 사업비를 모두 반납한 뒤 전체 사업계획을 새로 만들어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설 선생은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이 준·이위종 열사를 이끌고 국권 회복을 국제여론에 호소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경술국치 이후 그는 러시아 연해주와 북만주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간도에 최초 민족교육 기관인 ‘서전서숙’을 세워 항일 민족교육에도 앞장섰던 그는 1917년 망명지인 연해주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임종할 당시 그는 “조국 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니 어찌 고혼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을 모두 불태우고 제사도 지내지 마라”고 유언했다. 정부는 1962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진천군은 선생의 업적과 독립 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념관 건립, 중국·러시아 지자체와 공동 추모사업 추진 등 갖가지 숭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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