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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억대 협찬금 받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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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오픈한 지 한 달된 인천 중구 '청년몰'을 재생 대상으로 선정했다.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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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활기가 넘쳤지만 지금은 상권이 죽은 골목을 되살리는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지자체로부터 억대 협찬비를 받고 장소를 섭외했다. 지자체는 지역 홍보를 위한 취지였다고 밝혔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성공한 요리사업가 백종원이 쇠락해 가고 있는 옛 골목 상권을 찾아가 가게들에 조언을 해주고 상권을 되살리는 예능이다. 지난 1월 시작한 ‘골목식당’은 금요일 오후 11시 20분이라는 늦은 시간 편성에도 불구하고 6% 내외 시청률을 기록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간 ‘골목식당’은 상권이 죽은 옛 골목 5곳을 찾아 백종원의 연륜과 방송의 힘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화여대 삼거리 꽃길부터 시작해, 충무로 필 스트리트, 공덕동 소담길, 이태원동 해방촌 신흥시장, 성수동 뚝섬 골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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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1화. 쇠락한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를 공들여 설명했다.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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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방송부터는 인천 중구 신포시장 청년몰을 찾아 조언을 해주고 있다. 기존의 장소와 다른 점이라면, ‘재생’의 대상이 된 청년몰이 지난 6월 오픈해 ‘신생’이란 점이다. ‘골목시당’ 촬영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조언을 받는 이들이 장사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이는 첫 회 방송에서 제작진이 밝힌 ‘죽은 상권 심폐소생 프로젝트’라는 취지와 다소 거리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예를 들어 이대 삼거리 골목에 대해서는 ‘20년 전 사람 머리밖에 안 보였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으나 지금은 잊힌 골목’이라고, 충무로 필 스트리트는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으나 현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골목식당’ 제작진은 인천 편을 찍는 과정에서 인천시 중구청으로부터 2억원의 협찬비를 받았다.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문서를 통해 “‘골목식당’ 프로그램 종료 후 대부분의 상권이 다시 활기를 찾는 등 우리 구의 시책 추진 방향과 여러모로 부합되는 측면이 있어 협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골목식당'은 이전에 촬영이 진행된 골목의 지자체로부터는 협찬비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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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재생 대상으로 선정된 인천 신포시장 옆 '청년몰'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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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프로그램 제작 때 협찬을 받는 건 일상적이다. 현행 방송법상 협찬을 받아도 이를 꼭 고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일부 광고주들은 노골적인 광고보다 ‘협찬’을 선호하기도 한다. 다만 ‘골목식당’이 공익적 가치를 내세우며 한때 잘나갔으나 지금은 힘든 골목을 선정해왔다는 점에서 일부 진정성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프로그램은 약자에 대한 순수한 봉사 개념을 강조했던 프로그램”이라며 “이러한 기대와 순수성에서 다소 어긋났다는 점에서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비영리시민조직 ‘주민참여’ 최동길 대표는 "기존 골목 지자체로부터는 협찬금을 받지 않았는데 인천 중구청에게만 구민 세금 2억원을 받았다. 왜 협찬비가 ‘2억원’으로 책정했는지 중구청에 질의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을 못 하고 있다"며 "문제 제기가 없다면 앞으로 세금으로 협찬하는 지자체에만 '골목식당'이 찾아가 프로그램을 만들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프로그램 제작 관행과 취지를 고려했을 때 비판할 소지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그램 제작 시 협찬을 받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일은 아니다”며 “어쨌든 침체된 상권을 살린다면, 협찬을 받았더라도 양측이 윈-윈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프로그램을 통해 ‘지자체와 함께 한다’는 식으로 협찬 사실을 우회적으로나마 밝혔다면 순수성이나 진정성 측면에서 더욱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BS ‘골목식당’ 제작진 측은 “청년몰을 살린다는 부분도 기존 골목식당이 내세우는 취지와 맞다고 생각했다”며 “협찬을 받는 과정에서 방송법 등을 준수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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