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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룰라, ‘옥중 대선출마’ 선언…“죽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끝까지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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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브라질의 ‘좌파 아이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2·사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옥중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돈세탁 등 부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 2심에서 12년 1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4월부터 수감생활 중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노동자당(PT) 지도부가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연방선거법원을 찾아 룰라 전 대통령의 후보 등록 절차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부통령 후보로는 페르난도 하다드 전 상파울루 시장을 올렸다.

룰라 전 대통령은 하다드 부통령 후보가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내가 죽거나 선거를 포기하거나 선거 당국에 의해 선거에서 배제됐을 때에만 나는 후보가 아닐 것”이라며 “나는 죽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며 선거 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연방선거법원 앞에는 1만명이 넘는 룰라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룰라를 석방하라’ ‘룰라를 대통령으로’ 등 구호를 외쳤으며, ‘룰라는 정치적 박해에 희생됐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정당은 9월 7일까지 후보자를 교체할 수 있다. 연방선거법원은 후보자 자격을 심사해 9월 17일 발표한다. 브라질 대선 1차 투표는 10월 7일 치러지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8일 득표율 1~2위 후보를 놓고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룰라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9년 건설회사 OAS가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의 계약을 따낼 수 있게 도와주는 대가로 OAS로부터 370만헤알(약 12억원) 상당의 호화 아파트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사법당국이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감 중인 룰라 전 대통령은 여전히 브라질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라(Datafolha)가 지난 4월 11~13일 전국 419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선주자 중 룰라 전 대통령이 지지율 31%로 1위를 차지했다. 1월 조사(37%)보다 6%포인트 떨어졌지만, 10%대에 그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큰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는 상징적인 차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피샤 림파(Ficha Limpa·깨끗한 경력)’ 규정에 따라 실형을 선고 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카르멘 루시아 연방대법원장은 전날 “피샤 림파는 시민 사회의 승리”라며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 제한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지난 9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 참석을 허용해 달라는 룰라 전 대통령의 요청도 거부했다.

빈민촌 농부의 아들,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인 룰라 전 대통령은 PT를 창설해 2002년 대선에서 승리, 브라질 역사상 첫 좌파 정권을 탄생시켰다. 이후 부도위기에 처한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 대국으로 키우며 연임에 성공했다. 2010년 말 퇴임 당시 그의 지지율은 83%였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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