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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부·BMW 뒷북 대응마저 무용지물…계속 '불타는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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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꺼지지 않는 BMW 화재 논란

세계일보

8월15일 불에 탄 BMW X1. 전북소방본부 제공


BMW 차량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한 지 하루 만이다. 모델과 연식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BMW 차량 화재 사고에 차주와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정부와 BMW 측이 근본적인 원인도 밝히지 못하고 뒤늦게 내놓은 대책마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리콜대상 아닌 BMW 또 화재…정부 ‘운행정지’ 발표 하루 만

15일 오전 4시 17분쯤 전북 임실군 신덕면 오궁리 하촌마을 부근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BMW X1에서 불이 났다. 국토교통부가 14일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안전 진단을 받지 않은 BMW 차량에 대해 운행 정지 명령을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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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일 전소된 BMW 520d.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이날 불탄 차량은 2012년 4월에 생산한 것으로 리콜 대상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BMW X1 차량의 경우 2012년 6월부터 2014년 2월 생산한 차량만 리콜 대상이다.

이로써 올해 들어 BMW 차량 화재는 국토부의 공식 집계와 언론 보도로 확인된 것을 합해 40건으로 늘었고, 이중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은 11대가 됐다.

최근 BMW 화재사고는 모델과 연식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휘발유차는 물론, 회사 측이 한정했던 연식에 상관없이 불이 나고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BMW 측의 대응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토부 ‘BMW 운행 정지’ 명령 실효성 논란

국토부가 14일 긴급 안전 진단을 받지 못한 BMW 리콜 대상 차량 전부에 15일부터 운행 정지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리콜 대상이 아닌 BMW 차량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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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9일 화재 발생한 BMW 730Ld. 경남경찰청 제공


정부가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차종 전부에 대해 운행 중지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BMW 차량 39대가 불에 탄 뒤에야 나온 뒷북 대책인 데다, 명확한 처벌 규정도 없고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 대한 조치는 빠져 있어 운행정지 명령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리콜 미이행 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있어도 경찰이 일일이 차량 정보를 조회하지 않는 한 이를 적발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정부는 운행을 강행해 화재가 발생하면 고발조치한다는 계획이다. 화재 위험이 있는 차를 만들어 판 제조사 대신 해당 차량 소유자만 불편과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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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5일 서울 영등포 BMW 서비스센터에 주차된 차량들. 뉴시스


한 BMW 차주는 1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BMW코리아에 화재 원인에 대해서 정확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가 안 됐고 차주들에게만 ‘타지 말라’는 말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된다”며 “차가 없이 (생활이) 안 되는 분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BMW의 늑장 대응·무책임한 태도도 논란

지난 6일 BMW 코리아가 잇따른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BMW 본사의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들어 BMW 차량 30여대가 불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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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련의 화재 사고로 인해 고객과 국민, 정부 당국에 불안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함께 참석한 요한 에벤비클러 BMW 품질 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은 BMW 코리아가 기존에 밝힌 대로 디젤 차량의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쿨러(냉각기)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근본적인 화재 원인이라고 설명하며 하드웨어적인 문제이지 소프트웨어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BMW 측의 사과와 설명에도 화재 원인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못했다. 그간 BMW의 대응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BMW는 지난달 26일 42개 차종, 10만6000대에 대한 리콜 시행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BMW가 리콜 발표 전까지 정부 기관의 자료 제공 요구를 거부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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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차량에 놓여있는 임시 주차구역 안내문. 뉴시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은 BMW의 자발적 리콜이 결정되기 한 달 전인 6월25일부터 회사 측에 기술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BMW 측은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부실한 자료를 내면서 시간을 끌었고, 그동안 BMW 차량의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화재 원인 여전히 불명확…BMW 리콜 대상 차종 불신 깊어져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도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부와 BMW가 꼽은 리콜 대상 차종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또 화재의 원인으로 발표한 EGR 결함 외에 다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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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본격적인 리콜에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예방적 차원에서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시행했다. EGR 부품 내부 상태를 내시경 장비로 진단하고 침전물이 많을 경우 부품 교체와 청소 등의 후속 조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지난 4일 전남 목포에서 긴급 안전진단을 마친 BMW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BMW가 주행 중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한 EGR 모듈이 실제 화재의 원인이 아닌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직접 BMW 차량의 화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EGR 모듈의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기로 해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 민관 조사단은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과 아닌 차량, 리콜 대상과 아닌 차량 등 다양한 차량 샘플을 확보하고서 배기가스 배출량을 확인해 당국에 신고된 수치와 편차가 생기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모델인 520d 모델의 설계가 2년 전 변경된 과정도 확인 대상이다.

◆정부·BMW 늑장 대책마저 무용지물…‘BMW 포비아’ 확산

화재사고가 잇따르자 ‘BMW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주차장에서는 BMW 차량을 대상으로 주차를 제한하거나 격리하고, 차주들은 운행을 중단하는 등 BMW를 거부하거나 꺼리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 도심 곳곳에 있는 대형건물과 병원, 아파트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BMW 차량만을 위해 따로 임시 주차 구역을 마련했다는 안내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차량 화재를 걱정한 다른 운전자들의 민원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또 잇단 화재로 공포가 커지면서 운행을 중단하는 BMW 차주들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제 무서워서 못 타겠다” “다시는 BMW 안 살 것” 등 BMW 차량 운행을 중단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BMW 차량을 내놓겠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BMW 차량을 제공 중이던 카쉐어링업체나 렌터카 업체들도 줄줄이 BMW 서비스 중단에 나서고 있다.

연이은 화재 사고에 BMW코리아는 리콜을, 국토교통부는 운행정지라는 초강수 결정까지 내렸지만, 이후에도 화재가 끊이지 않아 ‘불자동차’ ‘민폐자동차’로 낙인찍힌 BMW 차량에 대한 불안 심리는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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