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서초동 25시] 취임 두달만에…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갑질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속 변호사 지방·강등인사에 반발, 일부는 공단 상대로 소송내 승소

수습 변호사 성적표 요구 등 갈등도… "민변 출신 이사장의 찍어내기"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은 사회적 취약 계층의 소송을 무료로 도와주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공단 소속 변호사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전례 없던 일들이 터지며 조직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이 소송은 조상희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의 인사를 겨냥한 것이었다. 법무부는 지난 4월 이헌 전 이사장을 해임했다. 이 전 이사장은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로 알려진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소속이다. 법무부는 후임으로 지금의 조 이사장을 임명했다. 그는 진보 성향 변호사 모임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다.

조 이사장은 취임 한 달 만인 지난달 21일 공단 소속 변호사 12명에 대한 인사를 냈다. 경북 김천에 있는 본부 소속 변호사들은 통상 그다음 인사에서 서울로 발령을 낸다. 그런데 조 이사장은 본부 소속 변호사를 대거 지방으로 발령했다. 전주지부장 박모 변호사가 직제상 하위 기관인 군산 출장소장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소속 변호사들은 "조 이사장의 방침에 반대하는 변호사들을 찍어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 변호사는 공단을 상대로 "인사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징벌적 인사"라며 박 변호사 손을 들어줬다.

조 이사장은 사무실 공간 사용 문제로도 소속 변호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대 조직인 서울중앙지부는 고객의 공간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최근 변호사 방을 줄이고 소파를 빼고 있다. 조 이사장은 최근 공단에서 실무 수습을 하는 10여명의 변호사들에게 변호사 시험 성적표를 제출하라고 한 것도 반발을 샀다. 이미 선발돼 일하는 사람들에게 변호사 시험 성적표를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지시라는 것이다. 공단의 한 변호사는 "이사장을 여럿 겪어 봤지만 단기간에 이런 혼란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 이사장은 "변호사 시험 성적은 법에 따른 공개 대상이라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또 인사 문제나 공간 재배치 등도 "그동안 110명의 변호사들이 700여명의 일반직에 비해 많은 것을 누려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