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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대한민국 칠순 잔치를 아스팔트 위에서 치르다니… 정말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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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건국 70주년' 기념집회… 광화문 등에 2만7500여명 모여

보수 시민 단체 회원 2만7500명(집회 신고 인원 기준)은 15일 서울 도심에 모여 '건국(建國) 70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었다. 1만5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던 지난 3·1절 집회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집회는 교보생명빌딩 앞 등 광화문 일대 3곳과 덕수궁 대한문 앞, 서울역 광장 등 총 5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오후 4시부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고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대한민국수호 비상국민회의, 자유대연합, 국가원로회 등 200여 단체 회원 1만여명은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건국 7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행사를 주도한 전광훈 청교도영성훈련원 목사는 "2008년 건국 60주년 때는 정부 주도로 기념행사를 개최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칠순 잔치는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38도 폭염에도… 거리로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식 및 8·15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하고 있다. 낮 최고 기온이 38도를 기록한 이날 광화문 일대와 서울역 광장 등 5곳에서 진행된 집회에는 보수단체 회원 2만7500명(집회 신고 인원)이 모였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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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정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한 장소인 옛 중앙청 광장(경복궁 앞뜰)에서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는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4월 13일)을 건국 시점으로 보고 내년 '건국 100주년 기념식'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건국 70주년 잔치를 아스팔트 위에서 치르다니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현 정부가 대한민국 건국 정체성을 훼손하고,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가자는 '북한 석탄 밀수 정권 끌어내야 국민 산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강한 한·미 동맹'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맞춰 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대한애국당은 같은 시각 서울역 광장에서 '제76차 태극기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1시간 반 동안 열린 집회 도중 40분 이상을 할애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업적을 강조했다.

광화문 일대 집회 참가자가 몰리자 경찰은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청와대 방향 6개 차로 가운데 4개 차로를 막아 집회 공간을 내줬다. 이마저도 자리가 부족해지자 1000명가량은 광화문 광장으로 건너가 집회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주변에 경찰과 충돌을 부추기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사람이 있으면 잡아달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집회 취지가 변질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참가 단체 가운데 하나인 자유대연합은 '멋진 우파, 매너 우파' '절대 준법 집회·질서 유지·폭력 금지' 등의 안내문을 곳곳에 걸기도 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남성 혐오 성향 사이트인 '워마드' 회원 50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여성 대상 범죄 편파 수사 등에 항의하는 뜻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온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했다.

워마드 회원들은 붉은색 옷차림에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쉽게 눈에 띄었다. '홍본좌(홍대 몰카 사건의 가해 여성을 지칭) 무죄' '안희정 유죄' '문재인 재기해(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처럼 투신하라는 뜻)'라고 적힌 피켓을 들기도 했다. 청와대 방향 행진 때는 워마드 회원들이 양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문재인 탄핵하라"고 외치자 주변에서는 "청년들 잘한다"며 격려가 쏟아졌다.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은 이들에게 물을 건네고 부채질을 해주기도 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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